[전문가칼럼] 대형마트 종사 노동자는 고객 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 없나?
[전문가칼럼] 대형마트 종사 노동자는 고객 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 없나?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08.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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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전문가칼럼/김태영 온라인유통연구소장] 필자가 2001년 창원의 모 대형마트에서 근무할 때였다. 고객들이 이용하는 무빙워크나 엘리베이트, 화장실을 직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고객들을 위한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다. 직원들은 매장이 아닌 후방 코너에 있는 화장실과 비상용 계단을 이용할 것을 업무 규정으로 교육 받았다. 매장에 서 있을 때는 일명 짝 다리를 하지 말고, 뒷짐 지는 것도 하면 안 됐다. 고객들이 보기에 건방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고객들이 더 많이 와서 더 쇼핑해서 매출을 많이 내면 직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 갈 것이기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최근에 모 대형마트를 방문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트 직원이 같이 탔다.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낯설기도 하고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근무중인 거 같은데 왜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복잡한데, 직원은 다른 곳에 있는 직원용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내 머리 속에 그런 관념이 자리 잡은 것이다. 나는 고객, 너는 직원 그러니깐 너는 좀 아래에 있어도 괜찮아 라는 그런 삐뚤어진 생각이 스며 든 것이다.

최근 국가 인권위에서 판매 노동자의 건강을 침해하는 사안이라며 개선을 권고한 내용이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여전히 편협한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유통업계 종사자와 고객 정도로 관계가 일단락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사안일 수도 있겠다고 본다.

대형마트의 종사자들은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쉰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매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대이다. 고객이 일하고 퇴근하고 쉬면서 쇼핑하는 시간에 그들은 반대로 일을 한다. 그래서 다르게 보인다. 고객 시설을 고객과 같이 있는 그대로 다 이용하게 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 정도 유연한 이용 규정이나 가이드라인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주말 낮에 고객들이 이용하기에 복잡한데, 직원들까지 이용하는 건 별로인 것 같다. 그러면 되려 영업 매장이 고객을 우선시해야 되는 것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들이 배려 받고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면 고객들을 더 잘 대하고 그 매장이 고객을 부르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직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매장에서의 근무하는 직원들이 느끼는 불편을 조금만 헤아려 준다면 대형 마트의 경영진이나 직원, 고객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충분히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태영 온라인유통연구소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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