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8일간의 대립·갈등 ‘조국 청문회’가 남긴 것
[시론] 28일간의 대립·갈등 ‘조국 청문회’가 남긴 것
  • 이완재 기자
  • 승인 2019.09.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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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대립·세대갈등·빈부격차·권력·학벌세습’ 한국사회 문제 총노출
MBC 방송화면 캡처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슈인팩트 칼럼]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냐? 지금부터 ‘명예회복’이냐? 아니면 ‘정치생명의 끝이냐?’”

한국 정치 사상 초유의 역대급 장관 인사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6일 막을 내렸다. 조국 법무부 장과 후보자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지명 이후 28일 만에야 돌고돌아 가까스로 이뤄진 청문회였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과 각종 의혹 및 루머를 양산한 채 긴 ‘조국 정국’은 엄청난 국민적 피로감을 주었다. 이 기간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는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과 자유한국당을 축으로 한 우파 진영간 진영싸움도 치열했다. 한편으론 조국 후보의 딸 대학입학 특혜우대 의혹 같은 입시 의혹으로 청년층의 후보 사퇴를 주장하는 반발도 심했다. 누구보다 조국 후보 자신이 서울대 대학교수 시절과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기간 저술과 기회 마다 내놓은 ‘공정과 정의’라는 대의명분이 상당 부분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조국 후보가 그동안 평생을 지켜온 정체성이 일그러지고 구겨진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더욱이 청문회가 진행된 날 막판에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한 것은 이번 법무장관 자리에 앉는 결정적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그의 딸이 의전원 입학을 위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막판 법무장관 임명 변수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피의자 정경심 교수를 단 한 차례 조사도 없이 전격 기소한 이례적인 조치에 불편한 시선도 있다.

윤 총장이 조국 후보가 법무장관에 임명 돼  검찰과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데 대한 조치로 풀이하는 분위기도 있다. 검찰 수장으로서 공정한 법 집행을 한 것인지, 조직 보신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대목이다. 그러나 적어도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염두하고 오래 전부터 기용설이 자자했던 조국-윤석열 쌍두마차 시스템이 시작도 전부터 삐그덕대는 모습은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으론 검찰의 조 후보자 부인 정 교수 기소 자체가 법을 집행하고 관장해야 할 법무부장관으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조국 정국 내내 그의 우군이자 지지자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단의 공지영, 조정래, 안도현 등이 적극지지 및 방어논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항간에 나도는 조국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글쎄? 자녀 입시의혹, 부동산 및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미덥지 못한 의혹들, 논란의 학원운영 등에 대해 조 후보자 자신도 수 차례 반성과 불찰의 뜻을 밝힌 것만으로도 장관 후보로서 자질과 도덕성 결함은 충분하다는 여론과 국민적 정서는 어떻게 받아칠지 궁금하다.

또한 조국 정국 내내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한 조국 지지층의 장외정치도 유감스럽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평가다. 한때 조국 후보를 꽤 괜찮게 보았던 층마저 조국 후보 지지자들의 과잉 충성(?)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것이 설령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서 적극적인 주권자의 의사를 개진한 온당한 것이었을지라도 다수가 동의할 수 없는 민주주의 참여방식이라면 재고가 필요한 것이다. 조국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모르는 혹자가 10여일 가까이 전개된 조 후보자 두둔 일색의 실검에 현혹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여론의 호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항의하겠다며 네이버 본사를 찾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는 실소를 부르는 ‘뒷북’에 다름 아니었다.

이번 조국 청문회간 집권 여당인 금태섭 의원의 조 후보자를 향해 날린 직격탄이 뇌리에 남는다. 여당 소속 청문위원 금 위원은 조 후보자에게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동문서답으로 상처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말했다. 또 “조 후보자가 비판을 받는 것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인사라서가 아니라, 언행불일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조 후보자가)‘금수저가 진보를 지향하면 안되냐’, ‘강남좌파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엉뚱한 답을 했다”고 말하며 “후보자는 ‘개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로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라고 고백했지만, 거기서 깜짝 놀랐다”며 “거기서 개혁주의자가 왜 나오냐”라고 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조 후보자의 가장 큰 단점은 공감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젊은 세대에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조 후보자는 추후 법무장관에 임명 되더라도 금 위원이 지적한 ‘언행 불일치’와 ‘공감능력 부재’라는 대목에 통렬한 반성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이제 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갔다. 조 후보로서는 지금껏 자신의 신상과 관련해 이미 생채기가 날대로 났다. 또 향후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검찰수사 결과, 각종 의혹들에 대한 납득할만한 충분한 해명이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어서 또 다른 시험대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여론의 악화, 반대층의 확산 등 여러 뭇매를 맞고도 조국 후보가 법무장관 자리를 고수한데는 분명 여러 정치적인 이유와 계산된 대의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공개된 사법 및 검찰개혁을 위한 사명과 욕심에서 비롯한 것인지, 현 정권 호위무사로서의 책임감인 것인지는 시간이 흐르면 드러날 일이다.

적어도 조국 정국 한 달여간 좌우 진영대립, 세대갈등, 빈부 위화감, 권력세습, 학벌세습, 이분법적 대립구도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과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노출됐다.

조국 후보 본인은 지난 한 달여간 대립과 갈등 이로 인한 유무형의 적지않은 국론분열로 국력낭비를 자초한 사태를 평생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가 공직에 있건, 공직을 떠나건, 정치를 하든 안하든 말이다.

<이완재 이슈인팩트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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