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명퇴를 거부하는 이들
[전문가칼럼] 명퇴를 거부하는 이들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10.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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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전문가칼럼/김태영 온라인유통연구소장] 모 회사에서 최근에 열네다섯 명의 고참 직원들에게 권고사직, 즉 명예퇴직을 통보 했다. 예전 같으면 그 통보를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무능력에 괴로워하며 1년치, 1년 반치의 위로금을 받고 조용히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통보를 하는 회사 못지않게 직장인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듯하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통보를 거부 했다. 통보 거부 이후에는 그들은 직책을 박탈당하고 다른 지역이나 업무로 전환 배치가 된다. 그런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한 때는 극히 일부만이 그런 회사의 조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감내하며 묵묵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거나 다른 자리로 옮겨서도 버텼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이들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지극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위로금을 갖고 나가서는 2년을 채 버티기 어렵고, 그 돈으로 프랜차이즈 자영업을 시작해 본들 직장 다닐 때의 수입에 반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직장 일이 힘들어도 주말이 있고 또 연차와 휴가도 있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덜컥 나오고 나면 아무도 불러주지 않고 또 험난한 바깥 공기에 위축되고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이미 퇴직한 선배들을 통해 익히 들어온 까닭이다. 쉽게 못나온다. 아니 나올 수 없다. 회사 안에서 유령 인간 취급 받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도 당장의 생계를 해결할 길이 바깥에서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버티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저성장, 저고용 시대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 특히나 대기업을 다니면 그렇게 내몰려도 1~2년 버티면 다시 직책자가 되거나 아니면 어떤 일이든 상황에 맞게 또 적응하며 지낸다는 것을 여러 모로 간접적으로 보고 느껴서 그리 버티는 것이다. 40대 말, 50 초만 되어도 실질적인 퇴직을 걱정하는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회사 안에서 참고 견디며 버티는 이들을 어리석다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들 그렇게 버티는 게 능사라고 할 수도 없다.

언제든 조직과 결별할 수 있고, 또 조직에서 용도폐기 되기 전에 스스로 자기 능력을 갖춰두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서 원하지 않을 때 최대한 깔끔하게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조직 내에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참고 견디며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야 될 것이다. 그래야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태영 온라인유통연구소장>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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