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2020 대입수능, 대졸자 과잉공급의 나라 대한민국
[이인권의 시선] 2020 대입수능, 대졸자 과잉공급의 나라 대한민국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11.1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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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대학진학률 최고 대졸 실업률 최악...학벌 아닌 미래도전에서 기회 찾아야
이인권 칼럼니스트
이인권 칼럼니스트

[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2020학년도 학생을 뽑는 대입수능이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그동안 수능을 위해 학생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모든 힘을 다해 준비했을 터이다. 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며 자녀들 못지않게 뒷바라지를 해왔을 것이다.

이제 그동안의 노력과 헌신들을 뒤로하고 내일 수험시험장에서 공식적으로 자웅을 겨뤄야한다. 당연히 응시하는 학생 모두가 다 좋은 성적을 내기를 갈구하지만 시험의 난이도가 높던 낮던 간에 등수로 서열이 판가름 나게 되어 있다.

한국사회의 학구열, 특히 대입수능의 격정을 천기도 아는 듯 빠짐없이 수능한파가 찾아온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내일 수험 당일도 날씨도 거친데다 추위가 엄습한다니 시험장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룰 판이다.

인간의 배움에 대한 욕구는 거의 본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개한 오지의 토착민들도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그래서 고등동물인 사람을 호모 아카데미쿠스 곧 ‘공부하는 인간’이라고 했던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가까운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진학률은 41%, 일본 37%, 독일 28%, 미국이 21%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대학을 가겠다고, 그것도 소수의 유수 대학을 가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학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왜 대학을 고집하는 것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의 대졸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매년 20% 이상의 경제성장률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대졸자 인력의 과잉공급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풍토 때문이다. 대학을, 특히 최고 대학을 나와야 사회 진출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획일화된 사회문화체계에서 비롯됐다. 이런 현상은 한국이 압축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인재가 절실했던 단순 구조의 사회에서 배태된 엘리트 선호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30%대 미만이었다. 하지만 1995년 대학 설립이 자유화되고, 1996년도에 수능제도가 도입되며 대학은 누구나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때부터 대졸자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가 입시 제도를 아무리 개선한들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조국사태를 계기로 입시제도를 수시보다 정시 비율을 대폭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그 이전의 8학군 병폐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막연히 비싼 비용을 들여 대학을 가는 것보다 일찍부터 자기 소질을 살려 실용적인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국민적 각성이 되도록 하는 혁신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과거의 단순 산업사회에서 지금 복합 첨단사회로 격변해 있는데도 정부나 관료사회의 고위직들은 특정 유수대학 출신이 독점을 하고 있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학벌이 핵심이 되어 있는 사회구조다. 국가적 인사관리가 학벌을 중시하는 행태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징적으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교육개혁은 입시제도만 바꾸는 것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원천적으로 모두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수평적으로 합당한 인정을 받고 기회가 부여되는 문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평등이며 공정한 사회이다. 학벌로 재단되는 계열적 사회는 공정의 가치가 정착될 수가 없다. 그래서 순리적으로 대학진학률을 낮추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 잭 마 회장은 직업과 삶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최고가 되려하지 말고, 첫 번째가 되려고 하라‘고 말한다. 그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도전은 곧 기회가 될 것이며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그의 인생 성공스토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에 인터넷이라는 개념조차도 없었을 때 그는 온라인 커머스의 꿈을 펼쳐 현재 7억 명 고객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일궜다. 그에게 학벌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성 강한 호화 학벌보다 오히려 창의적이고 협동심 강한 사람들을 존중했다.

학벌주의는 분명 과거의 획일화된 방식이다. 미래의 패러다임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도전을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게 되어 있다. 과거는 지식중심의 사회였다면 미래는 ‘지혜기반사회(wisdom-based society)'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통찰이다.

그렇다면 감성과 지혜가 미래의 키워드가 될 시대를 경쟁해야할 젊은 학생들이 과거에 비춘 통각으로 지식과 서열의 학벌에 매달려야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이 시점, 미래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기회를 개척해야 하는 마당에 대입수능으로 곤욕을 치루는 또 한해의 연례행사를 맞고 있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예술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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