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장사퇴 논란...금전 대가 기사삭제 기업 ‘SPC 파리바게뜨’
경향신문 사장사퇴 논란...금전 대가 기사삭제 기업 ‘SPC 파리바게뜨’
  • 이완재 기자
  • 승인 2019.12.2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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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자협회, '독자 사과' 성명문 내…사장·편집국장·광고국장 사퇴
경향신문이 성명문을 낸 홈페이지 캡처
경향신문 기자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낸 사과성명문 캡처

[이슈인팩트 이완재 기자] 진보언론의 보루이자 비교적 건강한 비판의식과 보도로 유명한 경향신문이 내홍으로 시끄럽다. 특정기업이 기사 삭제를 광고협찬이라는 금전적 대가를 명목으로 매수해 신문지면에서 해당 기사가 삭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이 사태로 구성원이 사과문까지 발표하는 등 회사가 발칵 뒤집혔고, 기사를 쓴 해당 기자는 사퇴를 결정했다. 또 기사삭제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경향신문 사장과 편집국장 등 역시 사퇴 수순을 밟았다. 22일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하의 장문의 성명문을 냈다.

이번 경향신문 사태의 발단과 배경이 된 A기업은 파리바게뜨, 샤니, 파스쿠찌,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등 전국적으로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 등을 수십여개 거느리고 있는 SPC그룹 파리바게뜨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슈인팩트>는 사태의 진의 및 회사측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23일 오전 SPC 본사 홍보팀에 수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은 일체 닿지 않았다.  

고발뉴스 TV '이상호의 뉴스비평' 화면 캡처
고발뉴스 TV '이상호의 뉴스비평' 화면 캡처

앞서 22일 고발뉴스TV 유튜브 채널 ‘이상호의 뉴스비평’은 이 사실을 ‘12.22 [단독] 파리바케트 기사거래/경향신문’이라는 내용으로 보도하고 해당 A기업이 SPC라고 보도했다. 진행자 이상호 기자는 이후 해당 취재기사가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인 정황은 추후 취재를 통해 후속보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미디어 미평전문지 미디어스도 "A그룹이 SPC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3일 오전 현재 포털에서는 ‘경향신문 사태’, ‘경향신문 사장 사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올라와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번 사태 발단과 전말을 경향신문지회가 내놓은 성명서 전문을 통해 역추적해본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2019년 12월13일자 경향신문 1·22면에 게재 예정이었던 A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과정에서 삭제된 데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성명을 22일 발표해 그 배경에 여론의 급관심이 쏠렸다.

경향신문지회는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A기업이 기사 삭제를 요청하며 구체적인 액수의 협찬금 지급을 약속하자 사장이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며 “편집국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기사가 삭제된 후) 해당 기자는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독립언론’으로서 경영난과 정부의 견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오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감시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며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적절한 통제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를 인지한 즉시 사장과 편집국장, 기사를 쓴 해당 기자와의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지난 19일 기자총회를 열었다.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이번 일을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며, 경향신문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회는 A기업이 약속한 협찬금의 수령 절차를 중단하고 기자협회, 노동조합, 사원주주회가 포함된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내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경향신문지회의 성명서 전문.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독립언론 경향신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9년 12월13일자 경향신문 1면과 22면에 게재 예정이었던 A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과정에서 삭제됐습니다. A기업은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사장과 광고국장은 A기업에 구체적 액수를 언급했습니다.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습니다. 편집국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기자는 사표를 냈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한 즉시 사장·국장·해당 기자 면담을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12월19일 기자총회를 열었습니다.

경향신문의 편집권은 경영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습니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오랫동안 ‘독립언론’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 왔습니다. 경영난과 정부의 견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오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감시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적절한 통제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이번 일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이번 일을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이번 일이 경향신문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래는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의 결의사항입니다.

1. 사장은 즉각 모든 직무를 중단한다. 신속하게 차기 사장 선출 절차에 착수한다.

1.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모든 직무를 중단한다. 사규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검토한다.

1. A기업이 약속한 협찬금의 수령 절차를 중단한다.

1. 기자협회, 노동조합, 사원주주회가 포함된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

1. 이 모든 과정을 내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2019.12.22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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