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소확행] 기다리는 마음도 '행복'이다
[이것이 소확행] 기다리는 마음도 '행복'이다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0.02.1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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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이완재 기자] 집 안 거실 소화분에 동백꽃 한 그루가 있다. 붉은 동백꽃과 어울릴 성 싶어 분갈이 할 때 노오란 원색화분에 심었던 놈이다. 3년전 아파트 입주하고 길거리 트럭 소상인으로부터 구입했다. 붉디붉은 동백꽃이 4~5송이나 피어 집안에 봄 기운을 가득 선사했던 놈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놈이 첫 해만 꽃을 피우더니 이후 두 차례 봄에는 단 한번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매주 한번은 꼬박 다른 화초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줬는데도 말이다. 그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자연에서 크던 것을 인간의 욕심으로 집 안에 들여놓은게 화근이 된 걸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다 3년째 봄이 되는 올해 녀석이 터질듯한 탐스러운 꽃망울을 봉긋이 내밀었다. 정확히는 약 한 달 반 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로 기억한다. 우리 부부는 드디어 고혹스런 동백꽃을 볼 수 있겠구나 싶어 겨우내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물론 물도 종전보다 더 열심히 주었고, 창가 햇빛을 가장 많이 받을수 있는 곳에 모시고 특별대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렵게 맺은 꽃망울은 맥 없이 하나씩 떨어지더니 이제 남은 것은 겨우 세 개 뿐이다. 그것도 두 개는 붙어만 있을 뿐 검은색으로 변하는게 말라 비틀어 가는 것 같고 온전한 건 하나다. 얼마 전 진한 아쉬움에 떨어진 꽃망울 하나를 붙잡고, 일일이 한겹한겹 꽃잎을 까보기까지 했다. 엷고여린 분홍빛 꽃잎들이 수십장 겹겹이 포개진 채로 찬란한 봄을 기다리다 그 꿈을 접은 모습은 사뭇 처연했다. 정말 제문을 따로 써 제사라도 지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꽃망울 하나가 온전히 살아남아 꽃을 피워낼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너무 지나친 관심을 주면 이 녀석마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애써 무관심해보기도 하지만 오래 못가고 다시 눈길을 보낸다. 애지중지 인동초가 꽃을 피우길 학수고대 하는 마음이랄까...!!

지금은 꽃 한송이가 줄 심오한 인생의 이치를 떠올리며 기꺼이 기다린다. 때론 기다리는 마음이 세상 가장 큰 행복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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