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론인의 기업행, ‘경언유착’(經言癒着) 씁쓸한 변신
[칼럼] 언론인의 기업행, ‘경언유착’(經言癒着) 씁쓸한 변신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0.02.20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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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언유착 어떻게 볼 것인가...돈을 쫓아 펜을 놓다?!
이완재 발행인.대표기자

[이슈인팩트 칼럼/이완재의 촌철직언] 최근 기자들의 기업행(行) 소식이 잦다. 매년 수십 명씩 이탈이 이젠 트렌드가 됐다. 현직 언론사 기자들의 기업 홍보팀으로의 이직이다.

일종의 업종 전환이다. 취재 전선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던 언론사 기자가 출입처 취재 대상이자 을(乙)의 관계였던 기업 홍보팀으로의 이동이다.

지난해 C일보 H차장, D일보 K모 차장이 L그룹과 C그룹 임원급으로 이동한데 이어 최근엔 한 종합편성 채널 차장급 앵커 겸 기자가 H그룹 전무로 이동한다고 한다.

주로 유력 일간지나 방송사 15년차 안팎의 차장급 핵심 기자들의 이탈이 많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기자들의 인재유출이 달갑지 않다. 반면 기업은 핵심 부서인 홍보팀 실무자의 영입이라 반긴다. 그만큼 기업도 영입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치열한 공을 들인다는 후문이다.

언론과 기업간 이같은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낯설지만은 않다. 이미 내로라하는 기업 홍보실에 다수의 기자들이 유입 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중에는 홍보실 임원으로 요직에 올라 명성을 떨치는 이도 있다. 이런 흐름이 언제부턴가 관례가 되니 후배 언론인들도 자연스럽게 이동에 크게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언론인의 기업행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의 부조리와 부정을 일선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감시했던 워치독(watch dog) 신분에서 하루아침에 그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었던 조직으로 무장해제한 채 들어가는 모습은 차라리 변절에 가깝다. 누구보다 기업의 민감한 속사정과 고급정보를 오랜 취재로 누적해왔을 기자가 한마디 해명도 없이 입장을 바꾸는 모습은 불편한 파격이자 아전인수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부적절한 결합을 빗대 경언유착(經言癒着)이란 말도 나온다. 유착(癒着)은 사전적 의미로 “떨어져 있어야 마땅한 두 사물이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을 의미한다. 글자그대로다. 같이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공생이나 관계가 다름 아닌 유착이다. 혹자는 기업이 금권력을 무기로 언론의 비판과 견제라는 감시기능마저 무력화시키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지적한다. 심지어 언론에서 기업으로 갔다 수가 뒤틀려 다시 친정인 언론사로 복귀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는 최악의 사례로 스카웃한 기업이나 다시 받아들이는 언론사나, 당사자인 기자가 짬짜미로 합을 맞춘 변절극의 끝판왕이라 부를만 하다.

한편으론 이들의 결합은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이니 지탄만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고, 직업선택의 자유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액 몸값을 보장해주는 기업의 유혹 앞에 기자도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동정론적 시각도 있다.

그러고보면 언론인 신분에서 정치권으로의 이동은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일종의 정언유착(政言癒着)이다. 그 또한 한때 부당한 권력의 비판감시자였던 언론인이 제 발로 권력을 좇아 떠난 행태다. 사정이 이러니 언론인의 기업행은 이제 놀림감이나 비난거리도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누가 그들에게 쉽게 돌을 던지랴! 그러나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경언유착이 정언유착보다 백배는 더 불편해보이는 건 왜일까?!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 한 길을 걷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길을 오래 지키는 사람은 위대해 보인다. 씁쓸한 세태, 어지러운 세상이다.

<이슈인팩트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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