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초기 정책실패가 부른 예고된 ‘마스크 대란’
[이인권의 시선] 초기 정책실패가 부른 예고된 ‘마스크 대란’
  • 이슈인팩트
  • 승인 2020.03.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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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금스크 된 배경에는 정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 탓

[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중국의 우한발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 국가에서, 한 권역으로 전파되더니 급기야는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의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매년 추운 절기가 되면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도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상용 처방약과 의료적 프로토콜(연구·치료절차)이 정립되어 있어 대응이 용이하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또는 변종의 전염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국가적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보건당국으로서도 방역과 차단에 주력하지만 임상을 거친 의료약이 없어 증상의 대증적 치료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

이번 경우 코로나19가 예상 외로 확산되면서 국가적으로 사회경제 활동이 얼어붙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전에도 신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는 전염의 속도나 범위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국내적인 상황에 더해 대외적으로 현재 세계 90개가 넘는 국가들이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마스크 대란이다. 국내적으로는 질병 자체에 대한 대응에도 손이 모자라는 형국에 초기부터 개인 방역의 일환으로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하면서다. 온 국민들에게 필수품으로 마스크를 각인시키면서 일시에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게 된 것이다.

이때 정부가 감염증의 개인방역 차원에서 마스크 사용을 대대적으로 요청하면서도 그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는 선견력을 갖지 못했다. 물론 초기 단계에 코로나19가 지금과 같이 확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쉽게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진입하고 온 국민이 마스크 구입 행렬에 나서면서 민심이 동요했다. 그러자 정부는 속속 마스크 수급대책을 풀어놨다. 하지만 임기대응으로 공공채널을 통한 집중 공급을 실시하다보니 또 다른 원성이 터져 나왔다.

참고 이미지=TV조선 화면 캡처
참고 이미지=TV조선 화면 캡처

오히려 마스크를 사러 몰려든 인파를 통해 코로나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됐다. 대통령이 나서서 마스크 대란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기가 어려워 국민들의 지탄은 계속됐다.

그러자 식품의학품안전처장이 마스크 사용에 대한 권고기준을 강조해 발표했지만, 이는 WHO나 전문가 그룹인 대한의사협회의 기준과는 상반되고 있어 혼란만 가중됐다. 급기야 정부는 마스크 공급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여 공적판매처가 아닌 민간 분야의 24,000개 약국을 통해 균등하게 공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개인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수량을 점검해 개인별 과다 구입을 예방하여 하루 3,000만장 수요에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초기부터 실시되어야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을 대통령의 질책이 있고서야 부랴부랴 마련되는 그 풍토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반해 대만의 대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만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후 열흘 만에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리고 일찍부터 정부가 나서 마스크를 일괄 구매 후 전국 약국을 통해 1인당 2매에 한해 구매 홀짝제를 실시한 것이다. 여기에 국민들이 앱으로 실시간으로 재고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신속히 제공함으로써 마스크 대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곧 대만 정부는 마스크 수용공급 자문센터의 ‘공공디지털혁신공간’(PDIS)을 구축했다. 여기에서는 마스크 판매를 하는 모든 약국의 현재 보유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 40여개, 앱 20여개 메신저 라인 10여개의 체계로 마스크 관련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보건복지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인 위생복리부가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 민간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마스크 대란은 초기부터 주도면밀한 계획 없이 탁상공론으로 내어놓은 방책이 오히려 사재기를 부추겨 심각한 혼선을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늦게나마 대만과 같이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전체 생산물량의 효과적인 배분 판매로 전환하였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번 마스크대란을 통해 짚어봐야 할 대목은 한국 정부조직의 뿌리 깊은 관료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점이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계선조직에서는 창의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국가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해야하는 관료들은 오히려 더 창의적이어야 할 터이다. 사회문화체계가 급변하면서 국민의 의식수준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관료사회의 고착된 틀 속에서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의 모든 분야는 상시적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수평적인 소통의 패러다임이 정착되어야 한다. 최종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정치적 · 관료적 정책 입안에 앞서 그 분야 전문가들의 식견이나 경험과 지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참다운 리더십이요 거버넌스다.

특히 비상한 시국일수록 합당한 판단을 근거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마스크가 “금스크”가 되는 것과 같은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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