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재의 촌철직언] 노회찬의 못다 핀 정치
[이완재의 촌철직언] 노회찬의 못다 핀 정치
  • 이완재 기자
  • 승인 2018.07.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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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의원
고 노회찬 의원. 사진=정의당

“드루킹 사건과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남긴 유언한 문장이다.

23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갑작스런 비보에 필자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서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 24년만에 찾아온 폭염 와중에 들려온 한 유력 정치인의 사망 소식에 소름마저 끼쳤다. 일순 닭살이 돋는 소름이라...우린 흔히 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거나 처했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곤 한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는 현실로 느끼는 짧은 경기 같은 것 말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비보가 그렇다. 진보계와 노동계는 물론 합리적인 정치를 지향하는 대중에게 스타 정치인으로 존경받던 그가 아닌가. 드루킹과 연루 돼 수 천만원의 정치자금 수수설이 터질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며 그를 옹호했을지 모른다. 그에 대한 국민적 신망은 높았다. 타 당의 원내대표단과 미국 순방길에 오르면서도 관련 의혹에 대해 단호히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진보정치권에 몸 담으며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실천하며 맷집을 다져온 그다. 노 의원 수사를 담당했던 허익범 특검마저 그의 사망에 “존경하던 정치인이었다”는 이례적인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도 돈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것이 드루킹의 덫이었든, 끝까지 청렴을 지키지 못한 노 의원의 잘못이었든 죄는 분명 처벌감이다. 특별검사팀의 집요한 수사가 턱 밑까지 치닫자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의 선택을 택했다. 죽음의 두려움보다도 더 큰 자존감과 가치를 지키는 데 목숨을 버린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의 죽음을 놓고 누군가는 말했다. 한국정치는 아직 멀었다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해외 선진국처럼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정치 현실을 겨냥한 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연봉은 1억3800만원, 월급은 1150만원 정도지만 세금과 건강보험 등을 떼고나면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돈은 850만~900만원이라고 한다. 이 돈을 보좌관 관리, 지역구 행사, 자신의 집을 건사하고 용돈으로 쓰면 빠듯해지는 생계형 국회의원이 상당수라는 보도도 있다. 이 대목을 한국정치의 현실과 노 의원의 죽음으로 애써 연계하고 싶진 않지만, 전혀 동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생각의 여지는 크다.

노 의원은 죽기 직전까지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노동자’를 챙겼다. 최근 수년간 투쟁 끝에 정상화를 이룬 삼성 백혈병 산재 노동자와 KTX 승무원을 향한 축하 인사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있을 당 상무위원회 참석을 위해 미리 보낸 자료가 그가 생전에 어떤 정치인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다 피우지 못한 정치는 무엇이었을까? 안타까운 그의 죽음으로 유난히 폭폭한 한국 정치현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그곳에서는 못다 한 정치 마음껏 펼치고 행복하시길...

<이완재 이슈인팩트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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