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팩트=이완재 기자] 금요일 저녁...!!(요즘 시쳇말로 불 타는 금요일 '불금'으로 불리는 날.)
몇 가지 굵직한 일을 마무리짓고, 한 주를 갈무리하는 날이라 홀가분한 마음이지만 한 편으론 허허로운 느낌이 몰려온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고 겪는(?) 현대인의 고질병이자 지병과도 같은 불쑥 찾아드는 외로움 말이다.
마눌님은 외부 일정으로 바쁘다. 할 수 없이 홀로 혼밥하게 된 날. 이런 날은 뾰족한 다른 방법은 없다. 그저 스스로 머리 굴려 끼니 해결하고 놀거리, 즐길거리를 찾아내면 된다. 옆에 밥 친구, 술 친구가 없다고 안절부절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그게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으로 향하는 길목의 나이대에 체득한 산 지식이자 삶의 노하우다. 퇴근길에 지체 없이 스스로에게 격려와 동기부여를 위한 셀프 세리머니를 준비한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일본 홋카이도 산 프리미엄 와규와 호주산 살치살을 안주 겸 밥 반찬으로 준비한다. 여기에 한국인 등산객 상당수가 애정 한다는 지평 막걸리와 천원대로 한껏 저렴해진 수입 외국산(벨기에) 캔맥주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강원도 양구 산 곰취 한 팩, 가성비 탁월한 이마트 표 소포장 아욱국도 준비해 본다. 제 철이 따로 없는 요즘 채소들. 덕분에 '가을아욱'이라는 전통의 관념이 깨진지 오래다. 물 건너온 값싼 수입산 주류는 터줏대감 국내 맥주회사를 위협한 지 오래고,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재배며 물류운송수단의 발달로 과일이며 채소 같은 먹거리를 사시사철 식탁에 올릴수 있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덕분에 옛 선조들의 태음력에 근거한 제철 먹거리 음식문화며 관념은 이미 그 기준과 경계를 잃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긍정으로 작용할지, 해가 될지는 좀더 지켜 볼 일이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다.
마트에서 구입해 온 식재료들을 꺼내, 후라이팬에 냄비에 올려 간단히 요리해 급히 한 상 뚝딱 차려본다. 화려한 마블링의 자태를 뽐내는 고소한 육즙의 와규 한 점을 항긋한 햇 곰취에 올려 입 안에 밀어넣는다. 기대 이상의 맛에 저절로 눈꼬리,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좋은 포만감을 적당히 느낌과 동시에 지평선 막걸리 한 잔으로 기분 좋게 목구멍으로 넘긴다.
술은 적당히 막걸리 한 병으로 끝낸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주중에 긴장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생활을 주말 휴일이라고 해서 마음을 다 풀고, 차고 넘치게 먹고 마시다보면 자칫 온전한 휴일을 망가뜨리게 된다. 그래서 '불금'을 지혜롭게 보내는 사람에겐 주말 휴일도 얼마든지 힐링의 삶, 소확행의 삶을 누릴 줄 아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간단히 끓여낸 구수한 아욱국에 뜨끈한 햇반을 말아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갈아넣은 보리새우며 제법 맛이 진한 된장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포장 국거리들도 잘만 고르면 제법 요긴한 것들이 요즘은 많다. 실제로 가성비도 좋다. 이렇게 가볍게 혼밥 혼술을 마치고 소형노래방 기계로 나만의 애청곡 두 세 곡을 부르고 나니 한 주간의 피로도 싹 풀린다. 나만의 불금 활용법...소확행으로 오늘도 스스로 행복한 금요일 밤을 보냈다. 또 다른 한 주를 맞을 에너지를 비축하는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비법은 언제나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