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늦깎이 김순덕 여사 등 15명 전남道 초등학교 입학
76세 늦깎이 김순덕 여사 등 15명 전남道 초등학교 입학
  • 윤우란 기자
  • 승인 2019.03.06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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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일흔 넘긴 할머니들의 ‘아주 특별한 입학식’ 화제
고령사회 신선한 바람...김순덕 여사 자식들 모두 박사 배출
지난 4일 전남 영광 군서초등학교에 입학한 늦깎이 신입생 할머니들. 좌측부터 장화녀, 이선숙, 박향림, 김순덕, 김옥임, 이상 다섯 분 할머니와 어린이 학생 1명, 총 7명 의 입학식 모습.(사진제공=김순덕 할머니의 세째아들 정원식 박사)
지난 4일 전남 영광 군서초등학교에 입학한 늦깎이 신입생 할머니들. 좌측부터 장화녀, 이선숙, 박향림, 김순덕, 김옥임, 이상 다섯 분 할머니와 어린이 학생 1명, 총 7명 의 입학식 모습.(사진제공=김순덕 할머니의 셋째아들 정원식 박사)

[이슈인팩트 윤우란 기자] 지난 3월 4일(월)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도서 산간과 농촌지역이 많은 전라남도는 도내 초등학교에 15명(해남 용전분교 2명.강진 대구초교 7명.영광 군서초교 6명)의 할머니들이 입학해 화제다.

특히 전남 영광군 군서면 군서초등학교(임봉애 교장.59세)에서는 개교 이래 최초로 늦깎이 여섯 명의 할머니들이 나란히 신입생이 돼 고령화된 지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영광 군서초등학교는 1928년 9월 15일 개교 이래 올해까지 졸업생 5,200여 명을 배출한 87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지역 명문 초등학교다. 그러나 전국적인 저출산 추세와 농촌 고령화의 탓에 같은 면 단위에 소재한 군서 송학초등학교를 1997년 3월에 흡수 통합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신입생 7명을 포함하여 전교생이 43명이다.

이날 특별한 입학식의 주인공들은 80세 장옥임 할머니, 79세 노복례 할머니, 76세 김순덕 할머니, 72세 장화녀 할머니, 71세 박향림 할머니, 그리고 막내 70세 이선숙 할머니다. 이들 여섯 명의 나이를 모두 합산하면 448세로 평균 74세다.

이들 할머니 신입생들은 여자라서, 가난해서, 시대(한국전쟁)를 잘못 만나서, 평생을 배움의 문턱에서 어쩔 수 없이 비켜 서있어야만 했던 원망스런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저 원망스럽고 한탄스러움이 들기도 하겠지만, 입학식 현장에 선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그같은 비애는 찾아볼 수 없이 해맑고 행복한 모습 뿐이었다.

김순덕(76세) 여사
김순덕(76세) 여사

특히 슬하에 3남2녀를 두고 있고, 이번 할머니들의 입학에 결정적 기여를 한 김순덕 할머니(76세)는 과거 딸기, 고추, 벼농사를 지으며 넉넉치않은 시골 산림살이에도 아들 둘을 세계적인 명문 유수의 대학에 진학시키고 며느리까지 박사를 취득한 학자 집안을 일군 주역이다.

김 씨는 “우리 자식들에게는 우리와 똑 같이 땅 파며 살게 할 수 없다”는 불굴의 신념과 의지로 큰 아들(정안기.56세)과 셋째 아들(정원식.48세)을 각각 해외 최고 명문대학인 일본 교토(京都)대학 경제학 박사와 중국 베이징(北京)대학 국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배출시켰다. 또 둘째 아들(정봉기.52세)도 국내 대학에서 심리학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최근에 큰 며느리(김현정.49세)까지 국내 명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그야 말로 영광군 지역사회에서 손꼽히는 학자 집안을 일구었다.

김 씨는 “이젠 아들 모두 원 없이 공부시켜 해외 박사와 석사까지 만들었으니, 이젠 내가 못 배운 한을 풀어 6년 후에는 당당히 졸업식장에 주인공이 될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편 군서초등학교는 영광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할머니 신입생들에게 책가방과 각종 학용품 증정은 물론, 장학금 수여, 등하교 차량운행과 교실에서 온열패드와 소파 및 매트 등의 편의를 지원할 예정이다. 할머니 신입생들의 아들 뻘 되는 이 학교 정종일(53세) 담임선생님은 “할머니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글을 깨우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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