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 당시 광주시민 제압 지시...북한군 투입설 퍼뜨리기도
[이슈인팩트=이준 기자] 38년 전 남녘의 5월의 꽃들이 지천에 필 무렵 특전사가 휘두른 곤봉과 총 부림에 무고한 광주시민들도 선혈이 낭자한 채 꽃처럼 져야 했다. 그들이 멍에처럼 짊어져야 했던 죄명은 ‘폭도’ 였다. 이후 세월이 흘러 민주화가 한창 진행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봇물처럼 터져 광주는 어느새 민주화의 성지가 돼 있다. 해마다 5월 18일을 전후로 광주를 중심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추모 및 기념행사가 망월동 국립묘지 등에서 이뤄진다. 이때만 되면 이 땅의 정치인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앞 다퉈 광주를 찾는다.
불과 몇일 전에는 국방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민주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인사로 낙인 찍혀 광주로부터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광주, 그리고 광주의 5월은 이렇듯 시간이 갈수록 축제로 승화된 듯 하나 여전히 결기와 분노, 규정짓기 어려운 무거운 엄숙함이 도사린 공간이기도 하다. 무엇이 예향 광주를 그렇게 만들고, 정의 내리게 했을까?! 아직도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사를 불러온 책임자 규정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슈인팩트>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특집기획시리즈를 통해 그날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본다. <편집자 주>
◇ 풀리지 않은 진실 최초 발포자는? 美 극비문서 ‘전두환’ 지목
광주민주화 운동의 희생자와 그의 가족이 진정으로 바라는 최초 발포자부터 광주의 참사를 몰고온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38년이 지난 지금도 베일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황과 추측에 기대어 그가 누구일 것이라는, 누구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오고 있을 뿐이다. 때마침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을 진압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사람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14일 SBS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진실규명 차원에서 미국 국무부가 당시 광주 민주화 운동이 기록된 비밀 문서를 인용, 이같이 밝혔다.
SBS가 입수한 문건에는 최종진압 작전의 책임자가 전두환 씨로 되어있고, 또한 문건에는 당시 머스키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대사관 등에 보낸 비밀 전문에 ‘군의 실력자 전두환 장군이 군사 작전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보고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마지막 협상 시도가 실패하면 진압 작전이 시작될 예정인데 이 경우 합참의장이 미국에 먼저 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그치지않고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하여 사건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처음한 제기 한 사람 역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었다고 덧붙였다. 전 씨는 지난 해 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도 “북한 특수군의 개입 정황이 있다” “북한 특수전 요원이 개입한 걸로 추측할 수 있다”며 지만원씨 같은 극우 인사들의 주장을 인용해 기술했는데. 법원은 지난해 전 씨의 이 같은 주장을 허위 사실로 인정해 회고록에서 삭제하라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역시 미 국무부 비밀문건 확인결과 최초 진원지는 전두환이었다고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는 5.18 직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전씨가 6월4일 주한 미상공회의소 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광주에 대한 질문을 받자 “22명의 신원 미상 시신이 발견됐는데 모두 북한의 침투 요원으로 보고 있다”고 답한 걸로 기술돼 있다고 SBS측은 보도했다.
또한 이 비밀 문건에는 “5.18은 공산주의가 배후에 있지도 않았고 북한군 투입 사실도 없다. 이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기록함으로써 전두환 등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반박하고 있음을 알수 있게 해준다.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지난 2003년 SBS와의 인터뷰에서 “총기를 들고 일어난 폭동”이라고 했다가 국민적 분노가 일자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항변하는 등 비도적인 모습을 일관하고 있다.
◇ 전두환 회고록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 혐의 기소 돼
미 국무부 극비문서를 통해 최초 발포자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기소된 상태다. 지난 3일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 이정현)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자신의 회고록에서 군의 헬기사격을 부정하는 등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혐의(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인 ‘전두환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서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거짓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바 있다.
전 씨는 “(조비오 신부)는 가면을 쓴 사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방어권을 적극 펼쳐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