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핫피플] 손학규 오락가락 정치...빛바랜 ‘저녁이 있는 삶’
[여의도 핫피플] 손학규 오락가락 정치...빛바랜 ‘저녁이 있는 삶’
  • 이완재 기자
  • 승인 2018.05.2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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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키즈, 이번에도 실패한 '타이밍 정치'...명분.실리 다 잃어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홈페이지 캡처)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홈페이지 캡처)

송파을 공천 파문 중심 ‘오락가락 행보’ 비난여론 자초

[이슈인팩트=이완재 기자] 우리 정치권에 유난히 타이밍에 운이 없고,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인물이 있다. 그로인한 명분과 실리 추락도 당연히 제 몫이 되는 인물 말이다. 바로 전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자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얘기다.

그가 이번에도 6.13 지방선거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서울 송파을 선거 바른미래당 후보 자리를 놓고 출마와 불출마를 번복하다 비난 여론에 직면한 모양새다. 애초 이 자리에 경선 1위 후보로 낙점된 박종진 전 앵커와 본선 후보 자리를 놓고 전략공천으로 나서려 했다, 당이 심각한 내홍에 빠지자 결국 불출마 쪽으로 급선회하며 또 한 번 비운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이력을 더하게 됐다.

◇ 6.13 핫플레이스 송파을 공천 파문 출마 번복 ‘주인공’

한때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며 대통령까지 노렸던 그는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꽤 신선하고 소구력 있는 슬로건으로 다수의 국민과 유권자, 언론의 마음을 단박에 파고들었다.

한때 꽤 존경받고 잘 나가던 서강대 교수 출신인 그는 고 김영삼(YS)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젊은 시절에는 소설가 황석영과 함께 노동운동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제도권인 정치권에 입문한 해는 1993년이다.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시절, YS의 발탁으로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국회의원, 경기도지사를 역임, 문민정부 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꽃길을 걸었다. 이러한 배경에 정치권에서는 그를 영원한 ‘YS 키즈(kids)’로 부르고 있다.

이후 야당으로 적을 옮겨 통합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고문 등을 지내며 줄곧 야권의 선 굵은 대표주자로 활약하는 등 평범치 않은 정치 이력을 지냈다.

그런 그도 정치적 고비를 빗겨갈 수는 없었다. 2014년 치러진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안고 정계를 떠나야 했다. 당시 그가 남긴 정계 은퇴의 변은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지 못하고 떠나 송구하다”였다. 정계를 떠난 그가 한동안 은신처이자 거처로 삼았던 곳이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로 잘 알려진 전남 강진의 만덕산 다산 초당 근처 토담집이었다. 일종의 칩거정치에 들어 간 것이다. 스스로 유폐 아닌 유폐를 선택한 그에게 정치권의 추파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은퇴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여의도 현역 정치인 못지않은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 ‘YS 키즈(kids)로 정계 입문...굴곡진 정치 인생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홈페이지 캡처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홈페이지 캡처

그는 칩거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와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에 입당 요청에 이끌려 민주당 탈당 후 제3지대론과 헌법개정, 제7공화국 출범을 강조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여느 유력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적 명운을 숨 가쁘게 거쳐 온 그런 그에게도 멍에처럼, 올가미처럼 떨어지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정치적으로 큰 결단을 할 때마다 다른 이슈로 자신의 존재감이 묻히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에 시달린다.

이번에도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결심했던 지난 24일에도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들려오면서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의 출마 소식에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당 내 갈등이 극도로 심각해지자 25일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갈등 국면은 봉합되는 양상이다.

손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송파을 재선거 출마 생각을 접는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저께 불출마한다고 이야기했다가 어제 출마한다고 했다가, 오늘 또 불출마라니 웃기죠. 그만큼 제 고민이 깊었다”면서 최근 보여진 자신의 오락가락 행보와 정체성을 스스로 토로하기도 했다.

◇ 정청래 “만덕산은 무얼 가르쳤나?"...저무는 손학규 시대

정청래 전 의원 SNS 캡처
정청래 전 의원 SNS 캡처

앞서 24일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트위터에 “민주주의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손 위원장의 행보를 꼬집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뽑힌 바른미래당 박종진 예비후보의 손목을 비틀어 공천장을 내놓으라는 손학규와 안철수.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서 가장 비민주적으로 출전하려는 부정선수 같다”면서 “당선될리도 없고 안철수+손학규 쌍끌이로 망하는 길. 도대체 만덕산은 무얼 가르쳤나?”고 비난했다.

결론적으로 손학규 위원장은 이번 송파 을 공천파동 건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마이너스 정치를 한 결과만 초래했다. 예의 오랜 징크스였던 타이밍 정치도, 그동안 오랜 시간 쌓아온 자신의 정치적 자산과 연륜도 한꺼번에 모두 무너지는 악수를 둔 셈이다.

또한 이번 공천에 손학규 위원장을 전략공천으로 밀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박주선 공동대표도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은 당대로 이번 선거 이후도 이번 공천 파문으로 내홍의 후유증을 필연적으로 안고 가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번 손학규 공천 파문을 보고 최소한 정치8단의 무게감을 지닌 손 위원장의 정치를 보는 안목과 감각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슬슬 손학규 본인의 은퇴 시기를 스스로 뒤돌아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계 은퇴선언을 한지 얼마 안돼 다시 정계복귀를 하더니, 이번 송파을 공천 과정에서는 출마를 선언했다 불과 하루도 안 돼 또 불출마를 하는 모습에서 손학규의 이미지는 크게 나락한 모습이다. 더불어 한때 잘 나가던 정치인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멋진 정치 철학도 낡은 유물로 꼬리를 감추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게 쓸쓸한 저녁 노을처럼 손학규의 시대도 저물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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