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사회 지도층의 실종된 ‘감정노동(emotional labour)’ 가치
[이인권의 시선] 사회 지도층의 실종된 ‘감정노동(emotional labour)’ 가치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10.18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영국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튜더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저자가 한국에 머물며 관찰한 한국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그 책에서 그는 한국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무한경쟁의 강박증에 빠져 있으며, 중용이 없는 정치와 행복이 없는 성공을 꼬집었다. 그가 말한 행복 없는 성공은 바로 세상의 출세만을 위해 치달리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한국사회에는 계층, 세대, 지역, 영역 등 모든 사회 구성의 현장에서 갈등이 존재한다. 여기에 근래에는 미투운동으로 촉발 된 남녀 사이의 갈등도 부각됐다. 이른바 ‘펜스룰’이 엄연한 사회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복잡한 사회 구조에서 갈등은 인간이 사는 공동체에는 어디나 있게 마련이지만 한국사회처럼 심한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생각보다 아주 하위에 쳐져 있다는 것에서도 방증이 된다.

행복이 물질적, 정신적 만족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이 과거 70~80년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해졌지만 아직 행복의 기준에서 미흡하다는 아이러니다.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 우리의 국민소득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행복의 지수가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진 만큼 그 단계에서의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결국 ‘소통과 포용’이 부족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의 사회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우리는 그저 ‘의사의 전달과 사회적 연결고리 맺기’의 의미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두 개의 가치에는 ‘정서의 소통과 공유, 그리고 상생의 협력’이라는 본래의 깊은 뜻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각 부문에서 주관적 논리와 자의적 명분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정치적” 구조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모든 부문에서 말로는 소통과 협력을 쉽게 운위하지만 생각과 행동의 기초가 되는 사회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아니하다. 근래에 ‘갑질’ 논란이 빈발하는 것은 이런 사회적 문화체계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사회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게 무엇보다 먼저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의 가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감정노동이란 1983년 미국 버클리대의 러셀 혹스차일드 교수가 직업상 원래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 내지 않고 얼굴 표정과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을 표현한 개념이었다.

대부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서 가져야 할 표정과 몸짓의 노동성을 두고 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주위에 보면 우리 사회의 각 분야 직업 대부분이 고강도의 감정노동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이러한 감정노동은 이른바 대민 권한과 영향력이 막중한 정치인, 공직자, 기업가, 학자, 전문가 등과 같이 사회 지도층에게 필요해지고 있다. 그들의 언행은 바로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같이 국가의 권한과 권력을 갖는 사회 주도그룹일수록 더더욱 감성의 공유와 상생의 협력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면서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식하여야 한다.

백화점에서 손님을 모시는 안내요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받는 도우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감정노동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지도자들에게 더욱 감정노동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것을 우리는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감정노동은 각 부문의 기층 구성원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조직을 거느리고 이끌어가는 리더들이라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회통합과 발전의 중요한 가치다. 한국의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사회지도층들의 감정노동 가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예술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