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분열과 대립 벗고 새해는 ‘대화합’을 이뤄내자
[이인권의 시선] 분열과 대립 벗고 새해는 ‘대화합’을 이뤄내자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12.25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올 한해 치열한 대립으로 갈등을 빚었던 정치권과 국민의 모습을 상상의 새인 공명조에 빗댄 것이다.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는 공명조처럼 서로를 적대시하며 자기만이 옳음을 주장하다 마침내는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이제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이 온 나라가 대립과 분열의 뜨거운 한해를 갈무리하는 송구영신의 시기에 와 있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열었던 21세기도 어느덧 강산이 두 번쯤 변했을 즈음에 와 있으련만 아직 한국의 시계는 과거 속에서 멈춰버린 듯 그대로다. 그저 타임 워프(time warp)라는 시간 왜곡현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대에 맞는 사회문화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접한 신진세대들은 과거의 타성에 젖은 기성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수직적 과거의 행태를 부정하며 수평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한국사회의 피륙을 날실과 씨실로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지금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기성계층으로는 잰걸음의 사회문화체계를 따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치 무빙워크 위를 걸어가는 속도의 변화 속에서 일반 통로로 보행을 하고 있으니 문화의 흐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정치권에서도 성찰을 통해 젊은 세대의 영입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구현을 외치고 있겠는가. 이런 정치적 자기반성이 단순히 여론몰이나 국면 전환을 위한 수사(修辭)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근년에 선진 국가들에서 참신한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바로 젊은 리더십이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매년 갖게 되는 새해의 희망과 기대로 새로운 태양이 동터올 것이다. 천리대로 뜨고 지는 태양의 모습이야 억겁을 통해 변함이 없었지만 새해가 될 때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설렘 속에 누구나 새해 벽두 일출을 바라보면서 새해의 희망을 품는다. 그렇지만 이내 관성의 힘으로 또 다른 반복의 일 년이 되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21세기에 들어 물질문명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우리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과거에서 맴돌며 혁신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내년이면 새천년을 맞이하고 나서 정확하게 20년이 되는 해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숙해진다는 의미의 스무 해 약관이 되는 시기로 수치적으로 매우 뜻깊은 해가 되는 셈이다. 그런 만큼 우리사회도 명실상부한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해가 되기를 갈망한다.

특히 내년은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있어 한국사회가 또다시 격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선거는 승리가 목적인 투전장이기는 하지만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우열이 결정되는 정치문화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도 정치 후보자들은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수준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물론,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이나 사업들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절에는 한국사회 모든 부문에서 균형감과 일체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지역색에 따른 정치 파벌, 부와 권력과 출신에 따른 불공정과 불평등이 사회구조를 지배해 왔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시대가 흐르면서도 갈등과 대립과 적대감이 상존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 평등한 세상, 선진사회를 희구하는 지금은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가치가 필요하다. ’군생(群生)에 접(接)하여 화(化)하는‘ 곧 지역, 세대, 계층의 경계를 넘어 조화와 화합의 정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수평적 공감의 개념을 담은 접화군생은 참다운 소통과 공정한 참여로 만들어가는 사회를 뜻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누리다. 다시 말해 유기적이며 포용적인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융합이며 통합인 것이다.

특히나 올 한해 각기 다른 이념적 대립으로 한국사회가 회오리쳤던 만큼 다가오는 새해에는 화합과 단합의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 행여 새해 벽두부터 점화될 선거 열풍으로 인해 국민의 정서가 또 이분법적으로 분열되는 현상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

설사 정치적 성향은 서로 다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사회의 기강을 저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려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 협력으로 화합을 이뤄내는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럴 때 정치사회적 사분오열로 혼미했던 묵은해를 뒤로 하고 2020년 경자년 새해야말로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큰 화합을 이루는 ‘보합대화’(保合大和)의 길이 열릴 것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