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공직사회의 ‘철밥통’과 4차 산업시대의 도래
[이인권의 시선] 공직사회의 ‘철밥통’과 4차 산업시대의 도래
  • 이슈인팩트
  • 승인 2020.02.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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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던 세계적인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했던 인사제도가 있다. 바로 ‘활력곡선’(Vitality Curve)이라는 개념이었다. 미국의 기업풍토에서는 참신한 제도였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풍토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제도나 다름없었다.

GE는 매너리즘과 무사안일에 빠진 거대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기위해 이런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전 구성원들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 세 범주로 나눠 그에 합당한 당근과 채찍을 구사한 것이다.

성과가 탁월해 상위 범위에 속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임금인상이나 승진, 그리고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중간 범주 계층에게는 상위 등급이 되도록 교육 훈련이나 격려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하위에 속하는 부류는 과감히 퇴출시켰던 것이다.

이 정책을 도입한 당시 회장이었던 잭 웰치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는 가혹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개인의 성과를 중시하기보다 조직 전체의 구성원들이 열정을 갖고 팀워크를 통한 시너지로 활력을 창출해야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기업조직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 여기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야 조직이 어떤 인사제도를 시행하던 상관이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구성원들에게 활력곡선과 같은 성과 중심의 평가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IMF를 겪게 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보편화 되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에서의 정년은 별 의미가 없이 기업의 여건에 따라 퇴출이 일반화되면서 고용신분이 불안정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가장 안정된 직장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지금 한국사회에 ‘공시족’이라는 유행을 가져왔다. 물론 그 후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성과급제도를 통해 실적을 평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고용상태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공직사회를 두고 ‘철밥통’에 ‘영혼이 없는 집단’으로 비하하는 말까지 생겨나게 됐다. 요즘 심하게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공직에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신세대 공무원들이 한창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뿌리 깊은 구태적인 관료주의에 갈등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인력의 낭비나 다름없으며 공직사회의 혁신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기야 관료적인 체계에 대해 미국의 행정학자 랄프 험멜은 “공무원은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하지만 머리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통령도 나서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영혼’이란 사명감, 책임감, 주관성, 자긍심, 열정, 패기, 헌신, 봉사, 창의성 등을 두루 포함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아마 GE는 활력곡선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영혼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던 것일 터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새로운 기술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기업의 활력곡선이나 공직사회의 철밥통 사회도 시대적 한계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호주 교육단체인 ‘호주청년재단’(FYA)에서는 현재의 학생들은 미래에 평생 동안 5개의 직업을 갖게 되고 17곳의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시대 흐름에 젊은 세대들이 공시 열풍에 젖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 월가의 전설로 통하는 짐 로저스는 한국을 방문해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고 안정을 취하는 사회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보며 모두가 미쳤다고 하는 특별한 일을 찾아 나서라”고까지 했다.

지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문화체계가 상전벽해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현재를 보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곧 모든 것이 달라질 불확실성의 미래설계를 위해 꾸준한 배움으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경쟁에서 이기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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