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 편지] 노태우의 죽음 전두환과 엇갈린 세평(世評)
[1촌 편지] 노태우의 죽음 전두환과 엇갈린 세평(世評)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1.10.29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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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통령 국가장 논란 문제...인생무상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참고사진=연합뉴스
참고사진=연합뉴스

 

* 1촌 편지란?

(너와 나, 아주 가까운 사이 핫라인을 뜻하는 1촌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 1촌에게 보내는 따스한 편지입니다. 친밀도의 상징적 합성어이자, 사라져가는 공동체 부활의 희망의 신호탄이고자 합니다. 참고로 부모와 나 사이가 1촌입니다.)

[이슈인팩트 이완재 기자] 설악에 단풍꽃 피고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청쾌한 하늘이 눈 부신 가을입니다. 10월 한 달도 어느새 훌쩍 지나고 곧 11월입니다. 님들 모두 안녕하신지요? 오랜만에 <1촌 편지> 띄웁니다. 이번 주도 세상은 급하고 정신없이, 때론 사납고 천천한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일상처럼 생(生)과 사(死)는 물론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사건사고도 일어났습니다. 여전한 코로나19의 위험과 여유롭지 못한 살림살이의 압박도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 여전히 생을 지키며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주 세상 돌아간 이야기 중 주목됐던 설(說) 한 개 풀어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사망했지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국가장(國家葬) 문제가 논란이더군요. 언론도 진영으로 나뉘어 고인의 호칭을 두고 노 전 대통령, 노태우씨 등 다양한 표현과 스펙트럼을 보였습니다. 노 씨의 죽음은 우리 현대사 아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편의상 1촌편지에서는 고인의 공과(功過)와 함께 한때 대통령을 지낸 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 노 전 대통령과 노씨라는 표현을 병용합니다.

고인은 신군부 12·12 쿠데타 주역 중 1인이자 13대 대통령을 지낸 사람입니다. 생전에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며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 “보통사람 노태우입니다. 믿어주세요~”를 외치고 회자됐던 일이 엊그제 같군요. 국민들의 민주화 및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6·29 선언 장본인으로도 유명하지요. 그의 사망 소식에 인생무상(人生無常) 권불십년화무십일홍(權不十年花無十日紅)이 떠오릅니다. 노 씨는 신군부 군사정권을 세우고 육사11기 동기생인 친구 전두환씨를 이어 이 땅에 군사정권 흑역사를 쓴 동업자입니다. 그를 국가반란 수괴로 부르기도 하지요. 막판 민주주의 정착과 북방외교를 통한 외교적 지위 향상, 토지공개념 도입 등 긍정의 측면도 있지만 정권 태동의 비정당성, 5.18광주민주화 항쟁 학살 주범 등의 이유로 비호감 요소가 더 큰 사람입니다.

그러나 죽기 전 친구 전두환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여론과 세평(世評)은 분명히 엇갈립니다. 노 씨가 광주에 대한 참회와 사죄의 뜻을 밝히고 그의 부인과 아들이 광주를 수 차례 찾아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수천억대 차명계좌 은닉자금을 국가에 반환한 것 등 전두환 일가와는 확연히 다른 반성의 모습에 온정적 정서도 느껴집니다. 노태우와 전두환을 향한 다른 결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 씨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국립묘지가 아닌 파주통일동산에 안장키로 하고 문대통령의 조문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여론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을 한 셈입니다.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문제는 이 정부 이후에도 언제고 논란이 될 것입니다. 법적으로 현 대통령제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국가장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입니다. 향후 중범죄로 감방에 다녀온 전직 대통령이 아직도 3명이나 생존중인 대한민국의 ‘국가장 문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았습니다.

노태우 씨를 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새삼 뒤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같은 갑납을녀 장삼이사들이야 국가장 치를 일이 있겠습니까마는 사람이 살아서 어떻게 살았는지가 죽어서까지 영향을 끼치는 걸 보면 삶이란 참으로 거룩하고 묵직한 것입니다.

오늘 1촌 편지는 다소 무거운 내용이었습니다. 한번쯤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話頭)를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영원한 소년 시인, 풀꽃시인 나태주 님의 시 ‘멀리서 본다’ 한 편 띄우며 인사드립니다. 1촌님들 마음속으로 빕니다. 가을입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기를...아름답고 풍성한 가을 되시고 또 노크 하겠습니다. 평창 산방 선재헌(仙宰軒)에서...

 

*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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