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 편지] 강원도 산방(山房)엔 ‘워라밸’이 있다
[1촌 편지] 강원도 산방(山房)엔 ‘워라밸’이 있다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1.12.1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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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속 5도2촌에서 얻는 힐링과 워라밸
기자가 올 8월에 입주한 해발 700 고지 산방(山房) ‘선재헌’(仙宰軒)이 있는 마을의 전경. 집집마다 벽난로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며 초겨울 서정이 물씬하다.(사진=이완재 기자)
올 8월에 입주한 해발 700 고지 산방(山房) ‘선재헌’(仙宰軒)이 있는 마을의 전경. 집집마다 벽난로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며 초겨울 서정이 물씬하다.(사진=이완재 기자)

* 1촌 편지란?

(너와 나, 아주 가까운 사이 핫라인을 뜻하는 1촌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 1촌에게 보내는 따스한 편지입니다. 친밀도의 상징적 합성어이자, 사라져 가는 공동체 부활의 희망의 신호탄이고자 합니다. 참고로 부모와 나 사이가 1촌입니다.)

[이슈인팩트] 새 거처인 평창 산방(山房)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아직 한겨울이 아닌데도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아침저녁 추위가 매섭다. 달리 강원도일까... 바로 강원도의 힘이다.

8월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던 여름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니 벌써 입주 4개월째다. 나와 아내의 이름 한 자씩을 따 택호(宅號)를 선재헌(仙宰軒)으로 지었다. 매주 주말이면 아내와 내려와 소박한 힐링으로 '쉼'하는 곳이다. 올해 우리 부부는 많은 중년들이 꿈꾸는 5도2촌을 시작한 새내기다. 한 10여 년 캠핑으로 전국 캠핑장과 이름난 휴양림을 누비다 피로감에 찾아온 곳이 해피 평창이다. 캠핑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새로 생긴 세컨드 하우스에 바짝 정을 들일 것이다. 캠핑이 들살이라는 노마드적 매력이 있다면, 주말별장은 제2의 작은 집이라 확실히 정착의 개념이 우선한다. 새로운 매력이다.

올 때마다 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 집도 늘 비워두면 소리 없이 낡고 썩는다. 목조형 집이라 외벽에 방수 방풍을 위한 코팅 작업 및 페인트칠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오자마자 시설업체를 불러 외벽 방수 작업하고, 혼자 잔디 마당 한쪽 토사 보강 작업도 마쳤다. 일은 잼병인 내가 집 뒷산에서 무거운 흙을 퍼와 몇 주씩 보수에 공들이는 걸 본 아내는 슬그머니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만했다. 평상시 집안에서 전구 하나 못 갈던 부실한 남편이 안 하던 몸을 쓰니 별스러웠을 거다. 즐거워서 한 일이니 힘든지도 몰랐다. 한두 해 살 곳이 아니니 길게 보고 꼼꼼히 관리를 해 두면 사는 동안 걱정할 일이 적어질 것이다.

산촌 생활은 여름 불빛에 부나방처럼 찾아드는 나방과 산 벌레와도 친숙해져야 한다. 반은 산사람, 농촌사람이 되어야 즐거움이지 그렇지 않으면 사서 하는 고생이다. 대신 도심이라면 불편한 청정공기와 물, 수려한 경관의 수혜를 누린다. 자연의 기운을 맘껏 받으니 올 때마다 몸이 호사고 건강해진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맛이 꿀맛이다. 겨울밤 벽난로 장작불에 구워 먹는 주전부리 달콤한 군고구마는 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녀오는 주변 산책도 즐거움 중 하나다. 가까운 카페 안단테까지 터벅터벅 걷다 오면 넉넉히 한 시간 운동이 된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한다. 여름내 싱그러운 녹색으로 왕성하던 고랭지 채소밭도 잠시 휴식기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로 겨울작물 파종을 위한 밭갈이가 끝나고 황톳빛 속살이 드러났다. 아침 서리와 안개, 운무가 우르르 산허리를 타고 산꼭대기로 피어오르는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까운 장관이다. 잎을 떨구고 변색한 나무와 숲은 칙칙하지만 깊은 겨울을 향한 몸부림임을 알기에 숙연해진다.

우리 부부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애묘(愛猫) 별양이.
우리 부부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애묘(愛猫) 별양이.

여기는 풀, 나무, 바람, 구름, 하늘이 모두 생동하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팬데믹에도 시간의 흐름은 도도하다. 반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계절의 순환이 멈춘 적은 없었다. 꽃 피는 봄인가 싶으면 어느새 한낮 여름 땡볕에 서 있었고, 짧은 가을 단풍이 스치고 지나가면 흰 눈 내리는 겨울은 성큼 다가왔다. 외경(畏敬)스러운 신의 섭리에 늘 감탄하며 겸손하고 순종하니 인생의 나이도 어느새 계절의 중간쯤에 와 있다.

중년 초입, 인생 2막을 매력적인 평창 산방에서 열 수 있어 행운이다. 단지 내 이웃들도 한 분 한 분 따뜻하고 정겹다. 순한 마음의 소유자들, 작은 공동체적 삶에 충실한 분들이다. 입주하고 인연이 된 애완묘 '별양이'도 우리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여기는 곳곳에 힐링 요소가 있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 가능하다. 산방 선재헌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쉘터이자 우리 부부 최고의 활력소이자 재충전 아지트다.

(2021년 초겨울 휴일 아침 산방 선재헌(仙宰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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