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팩트] 광주에서 잇달아 후진국형 대형 참사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전국적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인 ‘아이파크 퇴출’ 움직임이 거세시자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 회장의 경영일선 사퇴는 대표직에 오른지 23년만의 일로 광주 지역에서 1년 새 두 번의 건물붕괴 사태로 지역은 물론 전 국민적 불신과 질타가 높아지자 어쩔 수 없는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사옥에서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화정아이파크 전면 재시공, 구조 보증기간 확대 등 추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와함께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3년 동안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고객, 국민들의 신뢰를 지키고자 했지만, 이번 사고로 그러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마음이 아프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의 사과와 대표직 사임은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인근을 지나던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정부는 무리한 해체 방식과 불법 하도급으로 사고가 원인이라고 결론냈다. 앞서 지난해 학동 건물붕괴 사태 역시 이같은 비슷한 이유가 원인이 된 사고로 역시 원청인 HDC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결론이 난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의 부실시공 및 안전 관리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사고 이후 7개월 만의 일로 당시에도 정몽규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유사한 사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며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의 대표직 사임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총수가 사고 발생 후 내내 침묵하다 6일 만에 공식석상에 나와 내놓은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사태에 대한 확실한 대책마련이나 책임 없이 일단 발 빼기 식의 사퇴에 사퇴 회피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로써 HDC현산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그룹의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경영 일선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직 사임은 당장 안팎의 비난과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정 대표의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정 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실종자 가족들은 성명문을 내고 “사과를 할 거면 현장에 와서 이야기해야지 고개를 몇 번 숙이는 건 '쇼'에 불과하다”며 “물러날 게 아니라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정 회장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대가에 입사해 승승장구했다.
1999년 부친인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옮겨 회장직에 올라 23년간 경영해오면 현산과 영욕의 시간을 함께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