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우달의 봄내골 편지 203] 겨울 산
[방우달의 봄내골 편지 203] 겨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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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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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

방우달 시집 <풍선 플러스> 중에서

                                                            방우달

 

두 손을 들고

어제는 산마루에 섰습니다

죄 지은 것도 없이

매서운 벌을 서는 가지런한 나무들 속에서

나의 죄를 읽어내었습니다

얼어서 살결이 터진

벌거벗은 나뭇가지 죄다 꺾어

손바닥과 다리를 때려도

회초리가 모자랄 듯한

많고 많은 죄들이 줄줄이 읽혔습니다

먹고살아야 된다는 핑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지

빈 가지들이 일일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또 먹고살아야겠기에

어둠이 오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죄 없는 저 불쌍한 것들을

추운 밤에 남겨두고 왔으니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던 마음에

또 죄 하나를 더 보태고 말았습니다

 

▷야탑(野塔) 방우달(方禹達) 시인은?

- 1952년 경북 영천 출생

- 1994년 7월 예총발행 '예술세계'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 서울시에서 공직생활 34년 서기관 정년퇴직 후 2012년 3월 춘천으로 이주하여 시를 쓰며 자칭 ‘행복사냥꾼’ ‘도시자연인’ ‘호반산책자’로 은퇴생활을 즐김

- <글쓰기의 기본과 행복디자인>, <자서전 쓰기> 강의, 틈틈이 자원봉사

- 작품집으로 『보리꽃』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풍선 플러스』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 『쬐끔만 더 우아하게』 등 21권의 시·단상·수필집 출간

- 다음 블로그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http://blog.daum.net/wdbang) 운영

- 네이버 밴드 ‘방우달의 시문학&인문학’ 운영(https://band.us/@wdbang)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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