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필의 생각대로 톡톡] 할머니의 구부러진 손가락
[하종필의 생각대로 톡톡] 할머니의 구부러진 손가락
  • 이슈인팩트
  • 승인 2022.02.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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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칼럼/하종필 수필가] 아름다운 손이라고 하면 미끈하게 죽 뻗어진 손가락에 부드러운 손등일 게다. 특히 여성의 손이라면 더욱 고정되고 요구되어지는 모양새다. 섬섬옥수라고 했다.

남자의 손이라고 하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고 굵직하면서도 억센 손일 거다. 나의 손은 남의 손을 알아본다. 보는 눈도 그렇고 잡아 봐도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러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손이 있다. 구순이 넘은 이웃 할머니의 뒤죽박죽 구부러진 손가락을 바라본다.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소녀 때부터 지금의 나이 때까지 평생 농사만 지은 손.

맨손과 호미를 쥔 손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땅을 파며 풀들을 매었을까? 뙤약볕, 긴 장마기간에 쉴새 없이 일했고 연약한 손으로 낫, 괭이, 삽도 움켜쥐었을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을 고생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았다. 그러니 그 자식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의 본보기이다. 굽은 나무가 고향 산천을 지키고 굽은 허리, 구불구불한 손들이 마을을 지킨다. 그렇게 세대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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