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 편지] 5월도 가고, 다시 항쟁의 계절 6월
[1촌 편지] 5월도 가고, 다시 항쟁의 계절 6월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2.05.31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텃밭 가꾸고 산 바람 맞으며 맞는 산방 선재헌의 초여름
해발 700고지, 평창 선재헌(仙宰軒)에도
해발 700고지, 평창 선재헌(仙宰軒)에도 어느덧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찾아들었다.

* 1촌 편지란?

(너와 나, 아주 가까운 사이 핫라인을 뜻하는 1촌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 1촌에게 보내는 따스한 편지입니다. 친밀도의 상징적 합성어이자, 사라져 가는 공동체 부활의 희망의 신호탄이고자 합니다. 참고로 부모와 나 사이가 1촌입니다.)

[이슈인팩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띄우는 1촌 편지입니다. 오늘 아침 문득 의례적으로 던지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런 류의 말 중에는 “언제 밥 한번 같이해요?”라는 말도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로 상대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던지는 인사이겠지요. 하지만 더러 하루 삼시 세끼 밥 먹듯 습관적으로 던지는 인사말이라면 그 진정성과 마음의 온도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합니다. 삶이 자꾸 의례적이고 도식적으로 흐르다 보면 사람의 본성과 이미지마저 형식적이고 깊이 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지요.

세월도 어느새 여름의 초입입니다. 벌써부터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반팔 소매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저는 얼마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부터 살짝 무력감에 빠져 최대한 낮은 자세로 살고 있습니다. 은둔형 삶에 가까운 그런 삶 말이지요.

쉼, 힐링, 웰빙, 워라밸을 위한 필자와 아내만의 작은 공간이자 산방인 선재헌.
쉼, 힐링, 웰빙, 워라밸을 위한 필자와 아내만의 작은 공간이자 산속의 집 선재헌.

강원도 산방 선재헌 뒷산에 작은 텃밭을 일구고 가꾸며 반 농부가 되어 살았고, 심심한 날에는 동네 중고서점에 슬렁슬렁 자전거 타고가 책을 뒤적이다 오기도 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도 때론 현실과 담을 쌓고 방외인의 삶을 자청해 살기도 했지요. 요즘 나이 들수록 과유불급의 진리를 더 절실히 깨닫습니다. 모든 일에서 적당한 선 긋기를 실천하는 금욕적 삶이야말로 건강한 삶의 지름길입니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며 숨 가쁜 레이스를 잠시 멈추는 찰나 다시 뜨거운 6월이 다가 옵니다. 항쟁의 계절이었던 6월. 우리들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훈풍의 에너지가 저마다의 가슴에 들이닥칠 그런 시간입니다.

아래 박완서 님의 시 ‘시를 읽는다’를 같이 띄우며 1촌 편지를 갈음합니다. 이번 주 한주도, 6월 한 달도 활기차고 유익한 님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 멀리 아스라이 손에 잡힐듯 평창의 명산 태기산 육백마지기에서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이 시원하다.
저 멀리 손에 잡힐듯한 평창의 명산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이 시원하다.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숩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횟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