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 편지] 2022 여름 소묘(素描)...장마와 폭염은 여름 단골손님
[1촌 편지] 2022 여름 소묘(素描)...장마와 폭염은 여름 단골손님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2.07.0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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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시간당 수십 미리의 폭우로 아파트 앞 하천이 금새 물이 불어 흙탕물이 되어 흘렀다. (사진=이슈인팩트)

* 1촌편지란?

(너와 나, 아주 가까운 사이 핫라인을 뜻하는 1촌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 1촌에게 보내는 따스한 편지입니다. 친밀도의 상징적 합성어이자, 사라져가는 공동체 부활의 희망의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부모와 나 사이가 1촌입니다.)

[이슈인팩트 이완재 기자] 벚꽃 피는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다. 때마침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도 시작됐다. 몇일 전 긴 가뭄의 끝을 알리는 장맛비가 세차게 퍼부었다. 비가 오기 전 특유의 덥고 습한 기운이 불쾌감을 주더니 곳곳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이후 비는 오락가락을 반복하다 다시 뙤약볕이 뜨거운 폭염 속을 지나고 있다.

지난 주 아파트 앞 하천이 시간당 수십 미리의 비로 금새 물이 불어 흙탕물로 장사진을 이뤘다. 금방 범람이라도 할 듯 불어난 비는 성난 수마(水魔)와 같았다. 집 안에 비 피해는 없었지만 겁이 덜컥 났다. 가뭄도 고통이지만 수해로 인한 재앙은 인간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긴다. 우린 그걸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이미 배웠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장마로 오락가락 비가 오다 지금은 폭염이 맹렬하다. 이번 주 중반에 다시 장맛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사진=이슈인팩트)
지난 주부터 시작된 장마로 오락가락 비가 오다 지금은 폭염이 맹렬하다. 이번 주 중반에 다시 장맛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사진=이슈인팩트)

장마 시작으로 집 안 에어컨도 처음으로 가동했다. 거실 한 쪽에 세워진 커다란 에어컨이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자 그 소리에 놀란 애묘 별양이가 잔뜩 겁에 질려 혀를 내밀고 헉헉 거렸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겁이 많아 우리 부부가 ‘쫄보’라는 별명까지 지어준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달래는데 두어 시간 진땀을 빼야 했다. 인간이 더위를 쫒자고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가 동물에겐 꽤나 무서운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행이 두세 시간 뒤 적응을 한 별양이는 예의 여유를 찾았다. 하마터면 올 여름 삼복더위를 에어컨도 못 켜고 날 뻔 했다.

한반도의 장마는 예나 지금이나 남쪽 섬 제주로부터 시작을 알리고 북상한다. 요즘은 기상청이 웬일로 정확한 가상예보로 여론의 뭇매를 덜 맞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툭 하면 오보를 터뜨려 구라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후 아파트 앞 생태하천 장다리천에는 요새 개구리, 맹꽁이 울음소리로 밤새 떠들썩하다. 빗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한데 뒤섞여 나는 소리는 도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필자가 사는 곳은 수원 남쪽 오산, 화성, 동탄이 지척인 곳이라 아직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요새 꿀벌들이 사라져 지구의 위기가 거론되는데 개구리는 아직 그 존재감이 건재한 듯 해 다행이다.

시골도 이맘 때면 모내기 철이 끝난 직후라 밤마다 논밭에서 잠못 이루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로 요란할 때다. 그것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시침이자 자연의 울림 같은 것이다. 바쁜 모내기를 끝내고 한시름 여유를 찾은 농부들에게 개굴개굴 신나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단잠으로 이끄는 자장가다. 농부들은 동식물의 성장과 함께 한 해를 반복해서 난다. 아쉽게도 지금은 급격한 현대화로 동식물들의 멸종과 메마른 인정만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을 뿐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매년 반복되는 장마, 더위, 열대야, 비 피해 등은 인력으로는 딱히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자연이 주는 천재지변 영역의 일들이다. 거기에 우리 인간이 저지른 지구 파괴행위로 온난화까지 가속화 돼 예측불허의 재앙재해는 갈수록 늘 것이다.

뻔히 그런줄 알면서도 우리 인간은 어리석게도 매년 여름이면 ‘올 여름 더위는 사상 최악이 될 것’, ‘얼마나 더울까?’등등에 열을 올린다. 그건 그렇고 올 여름은 정말 또 얼마나 더울까? 폭염과 장마로 인한 피해는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여름철 단골 불청객들을 맞이한지 벌써 반 평생이다. 인생은 이렇게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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