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로트 전성시대의 ‘불편함’
[데스크칼럼] 트로트 전성시대의 ‘불편함’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1.14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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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슈인팩트 칼럼/ 이완재의 촌철직언] 요즘 대한민국이 트로트 인기로 뜨겁다. 신드롬을 넘어 전성기를 맞은 분위기다. TV채널 여기저기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 전파를 타고 있다.

신인 트로트 가수를 발굴하는 경연프로그램부터 기존 트로트 가수들까지 가세해 채널만 돌리면 트로트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같은 트토트 인기에 불을 붙인 건 몇 해 전 방송 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터 트롯’이었다. 오디션 공개 형식을 통해 당시 송가인을 비롯해 이후 시즌2에서 임영웅, 영탁, 김호중 등을 배출하며 지금의 트로트 전성기의 발화점이 되었다.

덕분에 기존 몇몇 대세 트로트 가수들에 의해 근근히 인기 명맥을 유지해오던 트로트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트로트는 한때 ‘뽕짝’으로 불리며 일본풍 외색이 깃들었다 하여 도외시, 폄훼하던 시절이 있었다. 분명 근대화 이후 많은 서민들의 애창곡으로 불리며 희로애락을 함께 해오던 공로에 비해 공개적인 자리에선 무시당하는 설움을 겪은 장르였다. 기존 가수들조차 이런 이유로 대놓고 자부심을 갖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흡사 연예인을 ‘딴따라’로 부르며 무시하던 분위기와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단적으로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하는 인기직업을 물으면 연예인, 운동선수, 크리에이터(유튜버) 등을 꼽는다니 이를 잘 입증한다.

그런 관점에서 고만고만한 인기의 자리에 있던 트로트를 짧은 시간 대중화시키고 지금의 반열에 올린 TV조선의 공은 크다.

그런데 몇 년 새 트로트의 인기가 상승하다보니 우려했던 부작용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종편을 비롯 공중파 방송까지 앞다퉈 트로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젠 난립 수준이 됐다. 자연스럽게 경연 성격의 형식과 내용도 더 이상 변별력이 없어졌고, 동일한 출연자가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중복출연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젊은 아이돌 가수와 버젓이 직장을 다니던 사람도 트로트 스타가 되겠다고 사표를 던지며 이직하고 전향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들이 부나방처럼 트로트 시장으로 몰려들며 트로트를 출세의 모델로 삼는 모습이다. 과몰입이 아닐 수 없다. 몇몇 프로그램은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공공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 소재의 빈곤, 출연자들의 중복출연과 실력저하로 시청자는 슬슬 식상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채널 선택권에 있어 다양성을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지금이야 반짝 트로트가 인기라지만 트로트 말고도 우리 가요에 발라드, 락, 팝 등 좋은 장르가 얼마든지 많다. 클래식과 국악도 있다. 트로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나치게 트로트 한 장르에 편중되다보니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편식과 편중에 시달린다. 언발란스한 판도 형성은 양쪽 모두에게 불행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독 냄비근성이 강한 우리 민족성을 볼 때 또 몇 년 후면 시들해질 트로트의 미래가 보여 안타깝다. 뭐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 떠오른다.

방송 제작진 및 트로트 가수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래저래 요즘 트로트의 전성기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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