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 관통] 국민의힘 전당대회, ‘총재 대통령’의 막강 파워
[백현빈의 시대 관통] 국민의힘 전당대회, ‘총재 대통령’의 막강 파워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2.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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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하 당정분리 한계...검찰 출신 윤석열의 장악력 딜레마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권력을 통제하는 일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다. 고양이가 두려운 쥐들이 모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경계하자는 데에 합의했으나 과연 누가 그것을 실천할 것인가로 고민하게 된다는 이 우화는 당대표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권력이 있는 곳, 즉 권력의 무소불위라는 ‘잠재적 고양이’가 두려운 ‘잠재적 쥐’들이 있는 곳에 나타나는 수많은 딜레마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연일 윤석열 대통령이 중심에 있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상대 후보들이 계속 논란에 오르고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며 윤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된 것은 물론 당대표 경선 후보로서 도전도 내려놓았다. 이어서 부상한 안철수 당대표 후보 역시 견제의 대상이 되었고, 소위 ‘친윤’이냐 아니냐, ‘윤-안 연대’가 이뤄졌는가 아닌가를 놓고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직접 여당에 ‘경고’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정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되면 윤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총재’ 역할을 하나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당 총재 역할을 하고 입법부까지 관여했던 것은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정치에서 뿌리 깊은 역사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 당시에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감금하기도 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에는 국회에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자 대통령 가치 중심으로 모인 ‘유신정우회(유정회)’가 움직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후계자처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당시 민정당 대표로, 다시 대선 후보로 낙점하다시피 했다. 민주 정부에서도 이 부분은 근본적으로 바뀌기가 쉽지 않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이끌며 당의 총재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대통령이 당 총재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는 당정분리는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제하고 행정수도 이전 등을 추진하는 등 권력 분산과 특권 내려놓기를 진행하는 것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의 사무나 선거 공천에 대통령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한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해체와 재편의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당정분리로 대통령이 여당에 관한 정치적 책임까지 못 지게 되는 것은 아닐지 노 전 대통령 스스로 고민했던 흔적이 나타난다.

대통령이 어디까지 여당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정답이 없는 딜레마일 수 있다. 예컨대 지금의 국민의힘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당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면, 자칫 ‘이미 선출된’ 권력이 아닌 ‘앞으로 선출될’ 권력에 대한 기대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 현재 국정운영의 중요한 주체인 여당이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모든 관심을 집중해버리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영부인, 대통령 장모 등의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고 외교나 경제에서 정부의 실책이 누적되는 상황이라면 ‘빨리 다음 권력부터 생각하자’는 인식이 커지며 조기 레임덕이 생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개입은 한편으로는 나름의 고충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기존 제도정치인 중심의 정당 지형에서 검찰 출신의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으로서는 그 안에서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우리 정치가 지금까지 제도정치 중심, 정당과 의회 경력 위주의 정당 구성만을 반복해온 것은 아닌지, 또한 그것이 과연 미래 정치에 맞는지도 근본적으로 돌아볼 문제이다. 역설적으로 ‘0선’의 청년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대선 후보 모두 제도정치보다는 사법부나 시민사회에서 시작한 인물이었다. 이는 우리 정치가 좀 더 다양하게 열려 있기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담긴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여당 개입을 비판하기 이전에 현재의 정당 구조 자체가 적절한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처럼 되고자 하는 의지도, 기성 제도정치가 그 바깥 출신인 대통령이나 제1야당 대표를 경계하고 기존의 제도정치 방식을 유지하려는 것도 모두 ‘고양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고양이를 누가 견제하여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정치의 중요한 과제다.

 

* 외부 원고의 경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사람 냄새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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