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 관통] 챗GPT의 시대...‘인간 소외’ 한계는 극복 과제
[백현빈의 시대 관통] 챗GPT의 시대...‘인간 소외’ 한계는 극복 과제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3.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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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고도화, 시 쓰는 로봇까지...인문학이 인간의 고독과 소외문제 실질적 대안 돼야
참고 이미지=연합뉴스
AI(인공지능)의 급진화는 우리 삶의 편의성과 함께 이면에 인간 소외라는 또다른 고민거리를 떠안기고 있다.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참고 이미지=연합뉴스)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이야기에 웬 시 구절을 인용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의 시대, 기술에 대한 분석이나 기술로 인한 인간 소외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외로운 사람’이 기술을 만나 느끼는 감정에서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최대한 닮고자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IT기술과 가전제품 등을 접목하여 사람이 원하는 대로 상호 반응하고 작동하게 하는 사물인터넷이 부상했던 몇 년 전의 한 광고를 기억한다. 홀로 사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덜고 안부를 챙길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그 핵심이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서로 문 닫고 모른 채 살아가는 이웃보다 나은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부상하는 챗GPT는 아예 ‘대화’하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사람이 물으면 답하는,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AI는 현대인을 다시금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러다 우리는 ‘또 다른 인간’과 함께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묻게 된다. 실제로 챗GPT는 가벼운 문제 해결 정도가 아니라 정교한 글을 쓰거나 심지어 감성에 근거한 문학적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정서까지 어느 정도 닮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기술이 인간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첫 단추이기를 기대해본다.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가 생길 만큼, ‘고독’은 현재와 미래 사회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단순히 곁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을 터놓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 수도 있다. 누군가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로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세상으로 조금씩 나오게 하는 첫 단계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의미 있게 쓰일 수도 있으리란 기대를 한다. 일방적으로 ‘화면이 말하는’ 모바일 콘텐츠를 넘어 사람과 대화하는 감응형 콘텐츠를 조금 더 잘 활용한다면, 홀로 사는 어르신의 말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립된 시민들 역시 ‘기술과의 대화’를 통해 인격체에 대한 신뢰를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사람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술 발전을 말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 소외’, 또 다른 외로움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대 유기윤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2090년 우리 미래의 계급은 플랫폼 등 기술의 소유자, 소수 유명인이 최상위 극소수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AI이며 단순 노동자인 ‘프레카리아트 계급’이 99.997%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윤석만의 인간혁명] AI 불평등 ‘프레카리아트’ 계급사회 온다” - 2017. 11. 10. 중앙일보 기사). 인간 대부분이 ‘소외’를 경험하는 것이다. AI가 ‘고독’이라는 외로움은 극복하게 하더라도 ‘소외’라는 외로움은 오히려 배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실 이러한 소외의 역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세기 초반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소외된 노동자들 중심으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해진 ‘금융 기술’에 소외된 다수 시민이 ‘점령하라(Occupy)’ 운동을 한 것도 이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분석과 교감까지 가능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보편화되며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인간의 생계는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

‘고독’과 ‘소외’라는, 서로 조금은 이질적인 외로움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필자는 ‘인문학’을 새롭게 말하고자 한다. 이때의 인문학은 단순 교양강좌로서의 인문학이 아니다. 사람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이고 기술이다. 지난 몇 년간 ‘인문학 열풍’이 불었지만, 프레카리아트 계급도가 말하듯이 소수의 인문학 ‘플랫폼’과 ‘유명’ 강사 위주로 부상하며 인문학 분야에 종사하는 다수는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공학 기술이 인문학보다는 먹고 살기에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상황은 그간의 인문학이 자처한 면도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마을의 인문학> 단체도 이런 점을 통감하며, ‘인문학’을 교양 강좌 넘어 ‘생활과 감성의 전략이자 기술’로 이해하고 교육, 산업, 지역, 경제 등과의 연계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인문학은 이제 앞서 살펴본 고독과 소외 문제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더욱 인문학적으로 진화할지, 인간이 더욱 인문학적으로 인공지능을 통제할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기대해본다. 고독을 극복하는 단계까지는 우리가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더라도, 세상에 나오면 그래도 ‘사람’과 더 신뢰를 쌓고 교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들이 모여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챗GPT를 비롯한 지금의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먼저 불러야 반응을 한다. 훗날 기술의 발전으로 그 반응이 더 정교해질지라도 먼저 말을 거는 주체는 끝까지 ‘인간’이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존재를 반기는 ‘환대’의 특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 <마을의 인문학>에 새로운 회원이 가입할 때마다 똑같이 메시지로 전하는 시 구절이 있다. 바로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일부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필자가 보내는 위의 구절은, 역사 위에 서 있는 우리가 항상 존엄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이어지는 다음 구절에서 우리는 고독과 소외, 그리고 나아가 그것을 덮는 궁극적인 환대를 만나게 된다.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우리의 ‘환대’가 수많은 사람을 세상으로 더 나오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환대’가, 인간이 기술을 비롯한 모든 것 앞에 먼저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간의 영원한 특권이기를 기대해본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사람 냄새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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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023-03-06 18:43:13
항시 좋은글 고맙게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