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헌 스토리-14] 3월 평창에도 봄이 움틉니다
[선재헌 스토리-14] 3월 평창에도 봄이 움틉니다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3.0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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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 이것이 소확행] 어제 봄의 대표적인 절기 중 하나인 경칩(驚蟄)이 지나갔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 경칩이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어느새 시간은 3월, 봄의 문턱에 와 있다.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지난 겨울은 어느 해 못지않게 춥고 길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의 큰 수술이 쓰나미처럼 지나갔고, 주위 지인분들이 생과 사를 달리하는 운명 앞에 유난히 많이 노출됐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꽤나 혹독했고 그만큼 더디고 어렵게 흘러간 느낌이다. 

엊그제 주말을 이용해 3주만에 평창에 다녀왔다. 겨우내 가끔 물 부족과 수도동파로 애를 태우던 나와 아내의 주말 보금자리 선재헌(仙宰軒)에도 봄의 기운이 감지된다. 이런저런 집안일과 회사일로 예년보다 자주 찾지 못하다 아쉬움을 달랠 겸 방문했다. 그사이 날씨는 낮에는 영상권이고 그나마 아침저녁 일교차는 있어도 견딜만한 영하 초반권 날씨다. 전기장판을 켜고 겨울이불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잠을 청할 수 있을만큼 확연히 따뜻해졌다. 

작년 봄에 예쁜 꽃을 피웠던 아프리카금잔화와 수선화에서 연노란 새싹들이 꼬물대며 올라오고 있다. 강한 생명력으로 봄이 움트고 모습이다.  

마당 한 켠에 작년 봄 한참 예쁜꽃을 보여주던 아프리카금잔화와 수선화 뿌리에서 연녹색 싹이 움트고, 잎을 피워내고 있다. 주말집은 눈이 많을 때는 40cm 높이로 쌓였던 때도 많았고 지금도 응달진 쪽으로는 만년설처럼 눈이 쌓여있다. 그런 날씨 속에도 얼지 않고 꼬물꼬물 생명을 밀어내고 있는 녀석이 위대하기만 하다. 적단풍잎이 소복이 쌓여 나름 보온역할을 해준 모양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점심 나절 인근 5일장을 다녀오던 사이 단풍잎을 한쪽으로 밀고 볕을 충분히 받게 했다. 그러고는 저녁 어두워질 무렵 다시 그 이불같은 단풍잎을 고이 덮어 주었다. 한 달 안팎이면 녀석들이 꽃을 피워낼 것이다.   

이번에 올 때 화분 네 개와 분갈이용 흙도 두 포대 구해왔다. 상추와 호박 등 모종을 심을 용도다. 앞마당 볕이 좋은 데크에 두고 키울 생각이다. 뒷산 조그만 텃밭 농장도 밭갈이가 가능할지 둘러보니 땅이 허벅해진게 충분히 갈아엎고 퇴비를 주고 농사지을 준비를 해도 될 것 같다. 다음에 올 때 퇴비를 구입해와 작업을 해야겠다. 일거리가 생겼으나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복잡한 세상사는 스트레스가 돼지만, 몸을 쓰는 일은 비록 삭신은 좀 쑤셔도 정신을 맑고 편하게 해준다. 특별히 이해가 얽힌 일이 아닌 즐거운 에너지가 샘솟기 때문이리라. 

옆집 총무님댁에 들러 잠시 직접 내려주는 진한 원두커피와 쿠키도 얻어먹고 가벼운 일상의 얘기도 나눴다. 거의 한 달여 만에 보는 주말집 이웃분이다. 최근에 장모님이 노환으로 돌아가셔 큰일을 치룬 모양이다. 애석한 마음을 전했다. 내 나이 때가 이제 주위 어른들이나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부음 소식을 자주 듣게 된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경사 보다는 상가집에 방문하는 애사가 더 많아진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어찌 인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부지런한 총무님은 마당 잔디밭에 제초제도 뿌리고, 폭설로 찢어진 캐노피 천도 플라스틱 소재로 혼자 싹 갈아 수리하는 등 집안 시설정비를 하신 모양이다. 손재주도 좋으시고 참 부지런한 분이다. 늘 배우고 좋은 감정을 품을만한 이웃분을 만난 것도 주말집을 만들고 얻은 작은 행복이자 보람이다

해발 700미터 평창 선재헌에 맞는 아침은 언제나 장쾌하고 웅장하다. 기상과 함께 마주하는 일출로 기운을 얻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매력이 있다.
해발 700미터 평창 선재헌에 맞는 아침은 언제나 장쾌하고 웅장하다. 기상과 함께 마주하는 일출로 기운을 얻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매력이 있다.

마을 앞 고냉지배추밭은 부지런한 농부들이 벌써부터 밭갈이를 마쳐 황토빛이 선명하다. 저 문전옥답이 저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존의 현장이다. 그래서 전원의 풍경은 늘 로맨틱함 속에 숨겨진 고단함이 있다. 

일요일에 선재헌을 빠져나오며 겨우내 수도동파를 막아준 전기컨벡터 전원도 끄고 나왔다. 이제 수도관이 얼 일은 없을 것 같다. 총무님은 작년 3월 24일에 평창에 큰 눈이 왔다고 알려주신다. 그건 그때 낭만의 눈으로 즐기리라. 

바야흐로 봄이다. 봄의 교향곡을, 봄의 왈츠를 맘껏 즐길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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