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 관통] 정순신發 학교폭력 논란 ‘폭력은 죄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 정순신發 학교폭력 논란 ‘폭력은 죄다’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4.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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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획일화 된 사회의 폐해...사회 구조 다시 바로잡을 때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지역 비하, 이념 비하, 인격 비하까지.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의 아들이 학교에서 동급생에게 행한 집단 따돌림은 ‘폭력’이다. 폭력은 물리적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며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성폭력 등 그 범위가 월등히 넓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동은 폭력의 범주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볼 때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의 아들이 범한 행동은 폭력이다.

이 문제는 이제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부상하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최근의 쟁점으로 더욱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 이는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필자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자살 사건에서 피해자가 승강기에서 홀로 쪼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신문기사 속 그 사진 속에서 울고 있던 소년의 아픔을 필자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십이 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 폭력은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이는 개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현재의 사회 구조가 폭력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렬한 성찰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일차적인 공간인 ‘학교’는 기본적으로 ‘획일화’ 된 교육으로 오랜 비판을 받아 왔다. 사람은 다양한 특성을 갖고 살아가며 각자의 환경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데, 지금의 학교 교육은 그러한 융통성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다양한 입시 제도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청소년기 대부분 학생들의 삶의 목표는 ‘명문대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자 다른 사람이 같은 틀 안에 들어가려고 하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경쟁하듯 진행하는 교육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성찰하고 적응하며 변화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오직 나치 독일의 뜻에 맞는 청소년을 기르고자 구성된 조직 ‘히틀러 유겐트’에 소속되었던 이들이 훗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통에 시달렸던 점은, 획일화된 목적 중심의 교육이 가진 한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말보다 주먹이 앞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 교육이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민법상 부모의 (물리적)자녀 훈육 항목이 최근에서야 폐지될 만큼, 그간 ‘사랑의 매’는 상당히 당연시되어 왔다. 유교적 사고관이 강한 동양 사회에서 ‘어른들 말씀에는 끼어들지 말아야’ 하고 ‘토를 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다. 가정과 사회에서부터 아이들이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할 때 다른 수단으로서 본능적인 힘, 물리력을 행사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감정 표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것을 강요받는 아이들은, 결국 말도 표정도 정서도 아닌 물리력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수도 있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응 기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정순신 전 내정자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충분하지 않고 피해자의 회복은 더딘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여러 제도와 기제를 만들기는 하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폭력에 이르는 배경을 원천적으로 줄여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지혜를 익히는 과정이 평상시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폭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폭력으로 인한 사회적인 처벌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집단적 경험을 통해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해자를 제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주체, 예컨대 선생님과 학부모, 지역사회와 같은 ‘어른들’이 ‘믿을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학교폭력에 대한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필자는 세대 간 개방형 교육, 민주적 소통을 보장하는 참여기제, 폭력에 대한 명확한 처벌 및 피해 회복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래끼리만 모여 있는 교실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배우는 열린 교육이 이뤄진다면, 소위 ‘말릴 수 있는 어른’이나 ‘보는 눈’의 존재를 좀 더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일상 속에서 물리력이 아닌 언어로 이야기하고 그것이 상호 간에 충분히 수용되는 참여 기제는 ‘억눌린 자아’를 완화하고 보다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이끌어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제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를 위한 회복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폭력이 무마되고 미화되고 덮어진다면 사회는 ‘절차’와 ‘행정’과 ‘논리’를 불편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폭력은 죄이고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처벌 제도의 강제성을 강화한다면, 여러 가지 명목으로 미화하거나 눈감아줬던 폭력까지도 언어와 절차에 의한 소통으로 대체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폭력의 피해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가두지 말자. 말을 하게 하자. 그리고 아닌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자. 폭력이 반복되는 사회 구조를 바로잡을 때이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사람 냄새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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