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더 큰 민주주의를 꿈 꾸며
[백현빈의 시대관통]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더 큰 민주주의를 꿈 꾸며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5.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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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즈음에 보통 미디어 등을 통해 한 번씩은 접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듣는다. 하지만 여러 기념일이 현실적으로 그렇듯, 사실 우리 삶에서 이것을 매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온전히 실천하며 사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민주주의가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제도처럼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는 시대다. 하지만 같은 세상을 함께 사는 앞 세대만 하더라도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고, 공권력에 의해 고문과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사람들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제기될 때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까지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안도와 의문을 동시에 갖게 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민주주의가 박제화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것은 그래도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그저 법률상의 제도로만 인식되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 그것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멈추게 된다. 그 유물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후대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재해석하며 계승해야 하는 것처럼, 민주주의 역시 그 가치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후대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설령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완성'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 국가의 제도, 정치의 제도가 민주적이라도 과연 시민의 일상적 참여가 충분한지, 그리고 그 참여의 내실화가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역사회나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필자의 경우, 여전히 정치나 행정에 민의가 충분히 수렴되고 있지 않다는 주위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적지 않게 듣는다. 또한 이러한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어떨지,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은 왜 그러한지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면까지 종합적으로 헤아리며 민주주의를 심화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일 것으로 본다. 이 과정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문서 속의 제도로만 남을 수도 있다. 나아가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민주주의가 계속 진보하지 못한다면 후대에는 자칫 '민주주의' 자체의 가치가 평가절하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80년 5월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정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정치 등 사회 각계에서 이 모든 것을 다 남긴 사람도 없진 않다. 물론 그들이 그때 당시 불렀던 이 노래와 외침, 흘렸던 피와 땀과 눈물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헌신이 모여 오늘의 민주국가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가 세월의 풍파와 시대의 변화 속에 평생을 뜨겁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일어나는 '변질'을 보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다른 사람들은 회한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은 날선 비판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변질을 극복하는 선한 방법이 있다. 바로 더 높은 이상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 순간 부족한 점을 찾고 또 찾아 채워가는 것이다. 분명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도 수많은 사회와 조직에서 '관행'의 이름으로 불합리가 이어지고 성별이나 연령 등을 이유로 권위주의적인 서열화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것을 극복하는 일에 기꺼이 나설 수 있는 발걸음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동시에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이 꼭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독재에 맞서는 구도에서의 민주주의는 곧 '반대'의 목소리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는 더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에 가깝다고 본다. 코 앞의 쟁점을 너머 더 큰 미래를 같이 꿈꾸는 연대가 필요하다. 나아가 제도나 정책과 같은 결과물 못지않게 사회의 과정 자체가 민주적일 수 있도록 더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것이 청년이 말하는 진정한 '공정'에도 더 가깝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새 날은 왔으나, 또 다른 새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제 정기적인 선거로 선출직에 당선되는 것을 너머 더 큰 민주주의를 꿈 꾸는 사람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박수 받고 앞장설 때이다. 일상에서의 관행과 불합리를 깨고, 비판을 넘어 대안까지 함께 제시하며 과정 하나하나의 공정까지도 조금씩 더 세심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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