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헌 스토리-16] 여름의 서곡, 6월 산야엔 들꽃들이 피고지고
[선재헌 스토리-16] 여름의 서곡, 6월 산야엔 들꽃들이 피고지고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6.07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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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선재헌'이 있는 산골 작은마을이 초여름 신록의 옷을 입고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평창 '선재헌'이 있는 산골 작은마을이 초여름 신록의 옷을 입고 동화속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이슈인팩트 /이것이 소확행] 6월 초입은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알리는 계절의 서곡(序曲)에 해당된다.

이맘때 전국의 산과 들 길가엔 개망초, 금계국, 지칭개 등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고진다. 그 흔한 잡초 중 하나인 골칫거리 쇠뜨기도 자운영으로 불리는 토끼풀과 함께 군락으로 땅을 뒤덮는다. 워낙 번식력이 좋아 어느 땅에서나 잘 자라고 세력 또한 왕성하다. 또 빼놓으면 섭섭해 할 찔레꽃, 아카시꽃도 우르르 피어 꽃들의 한판 전쟁이 장관을 이룬다.

하절기에 들고부터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말집이 있는 평창을 찾곤 한다. 홀로 자발적 고립을 통해 쉼도 취하고 책도 읽고 이것저것 잡문을 쓰는데 이만한 호사가 따로 없다. 돌아올 때는 아내가 차를 갖고 들어와 함께 나가니 한결 수월하다. 서울 강변역에 있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5편 운행하는 평창정선행 버스가 이용 수단이다. 버스는 서울을 출발해 차가 밀리지 않는 평일이면 영동고속도로를 내달려 마을 앞 승강장에 1시간40분이면 도착한다. 거기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산집이 있다. 고지대라 지긋이 올라가는 길은 은근히 땀도 나고 접근이 만만치 않다. 주어진 여건에서 즐기고자하는 마음을 품으면 이 또한 사서고생이 아닌 긍정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한 번씩 불어오는 산바람과 길가에 핀 꽃들은 길손에겐 힘이 되어준다.

강원도 대표 구황작물 감자는 벌써 흰색, 자주색으로 수줍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땅 속엔 방울만한 감자알이 알알이 여물고 있으리라. 주홍색 검붉은 빛깔의 산딸기도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가는 길 주전부리로 따 먹으면 달콤하고 향긋한 과즙이 입에 퍼진다. 이미 쑥은 한 자 이상 훌쩍 자랐고 연한 잎을 손으로 툭 건들기만 해도 진한 쑥향이 솔솔 풍긴다. 고냉지 배추밭 배추가 속을 꽉 채우며 짙은 녹색으로 갈아입는 시기도 지금이다.

초여름의 주인공들.
초여름 6월의 평창 산골 풍경...사진 시계방향으로 산딸기, 아카시꽃, 찔레꽃, 쑥, 작약, 불두화, 샤스타데이지, 고냉지 배추가 한창으로 저절로 안구정화가 된다. 

마을 입구에 이르자 주민이 심어놓은 작약, 불두화, 샤스타데이지 등 관상용 꽃들도 한창이다. 삼국화, 나리꽃도 곧 꽃을 피울 채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꽃이 지면 뒤질세라 저 꽃이 또 피어나니 봄부터 시작해 계절을 즐기기에 오뉴월 지금만한 때도 없다.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며 쑥갓 아욱 등 채소들도 서너 차례나 따먹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가 제대로 실감난다. 봄에 소생한 온갖 식물들이 그 기운을 한창 끌어올리는 6월은 약동의 시기요, 덩달아 사람도 기운을 얻는 생명의 계절이다.

필자는 평소 종합편성채널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본다. 중년 남성들의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최근엔 귀농귀촌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은퇴를 앞둔 이의 단골 프로가 됐다. 여기에 출연중인 개그맨 윤택 씨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귀촌지를 추천해 눈길을 끈다. 그는 좋은 귀촌지의 조건으로 정남향에 해발 700미터에 위치해 있고, 뒷산에 국유림 침엽수가 있어 피톤치드를 누리고 계곡을 낀 텃밭을 꼽았다. 또 은퇴 후 귀촌 적합지로 굳이 땅값 비싼 수도권을 고집하지 말라는 귀띔도 잊지 않았다. 10년 넘게 전국 오지 산야를 누비고 다닌 전문가라 그런지 그의 말에 신뢰가 팍팍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평창 주말집이 딱 그 곳이 아닌가! 이 또한 소확행을 찾는 수행자이자 소확행자로서 작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주말집 '선재헌'(仙宰軒)은 필자와 아내의 이름 각 한 글자를 합성해 만든 집 이름이다. 평창 해발 700미터 산중에 자리잡은 그 곳에서 주말마다 벌어지는 부부의 작은 일상을 소확행으로 풀어놓은 것이 '선재헌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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