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나라님’은 없다 “민생경제를 넘어 시민중심 경제로”
[백현빈의 시대관통] ‘나라님’은 없다 “민생경제를 넘어 시민중심 경제로”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6.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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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민생경제의 문제는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과거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나라님’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과거의 나라님은 백성을 보살피는 임금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은 사실 ‘나라님’이라 할 만한 존재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여러 선출직 정치인을 뽑지만, 이들이 곧바로 나라님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찌 보면 가난을 구제할 나라님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민생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민생경제를 위한 새로운 모델로 ‘시민중심경제’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시민의 개념 자체가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맞물려 발전해 온 만큼 오늘날 시장경제를 철저히 시민 중심으로 보는 해석이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의 시장경제가 ‘노동자’의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시민’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에 주목할 때이다. 과연 지금의 시장경제는 우리 시민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고 있는가.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매우 긴 편에 속하는 나라에서 과연 그만큼의 생산성이 발휘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더욱 일해야 한다는 말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서 차지 않으니 더 들이부으라는 의미와 같다. 이렇게 하면 독에 물을 채우는 사람은 결국 지쳐버린다. 시민의 꿈과 도전, 그리고 잠재력을 다시 엮어가는 새로운 경제가 필요한 때이다.

시민을 부품처럼 수동적인 근로자에 한정하는 경제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최대한 정형화되고 안정적인 삶을 지향케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명문대에 입학하고도 의대에 가고자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취업이 상대적으로 잘 될 거라 생각하는 전공에 집중한다. 과연 이들이 정말 스스로 좋아서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일까. 그만큼 행복하게 최대의 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노력을 하여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훗날 스스로를 돌아볼 때 정말 행복할 것인가.

기업의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 물론 각 기업의 고유 과업과 경영 전략이 있겠지만 각 부서 단위에서 구성원의 생애와 상상력을 충분히 수렴해나갈 방법은 정말 없을지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목표에 의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를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말하지만, 여전히 그 목표가 윗선에서만 공감하는 목표 또는 일선에 강요된 목표는 아닌지 성찰이 요구된다.

자유시장경제에는 가치의 자유도 필요하다. 시장경제가 기대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개인의 높은 창조성과 도전정신인데, 가치관이 제약받는 사회에서 개인은 과연 어디까지 잠재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유시장경제의 옹호론자들이 위계적, 가부장적, 복음주의적인 가치관을 옹호한다면 ‘정부’ 규제로부터는 자유로워질지 몰라도 ‘관습과 규범’에 의한 규제는 오히려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정말 경제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면 그만큼 가치의 자유도 폭넓게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시민에게 온전히 열린 시장경제, 시민중심경제가 필요하다. 이는 결코 무한 경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기획해왔던 목표를 구성원과 함께 세워가고, 정부의 시장 규제가 제도정치와 공공부문을 넘어 좀 더 시민 주도적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뜻한다. 이제 국가의 성장동력을 정부나 기업이 혼자 발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선출된 정치인의 선정(善政)에 민생경제를 맡기는 기대 역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주인-대리인 구도에서 주인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수록 대리인이 자신만을 위해 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명 시민 속에서 새로운 잠재력은 계속 싹트고 있다. 이제 시민이 기업의 직원으로서 개인과 조직의 목표를 함께 조화시켜나가고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부의 복지정책과 국가성장동력을 같이 설계해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한양에 계신 ‘나라님’이 수많은 전국 백성들의 가난을 구제하기는 어렵다. 이제 성찰적 시민이 주도하는 시장경제, 진정한 민생경제가 필요하다. 기업 단위에서는 개인의 삶과 꿈을 헤아리며 조직 목표를 설계해 나가는, 보다 정교한 MBO를 구상해보아야 한다. 정부 단위에서도 성장과 복지의 비전을 사회 구성원과 함께 설계하는, 더욱 차원 높은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가치관에 열려 있는 교육과 제도, 시민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제 나라님의 선정(善政)을 기다리는 민생경제에서, 시민이 스스로 주도하는 시민중심경제로의 이행을 기대해본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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