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톡 조용히 나가기’가 던진 메시지
[데스크칼럼] ‘카톡 조용히 나가기’가 던진 메시지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6.09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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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슈인팩트 / 이완재의 촌철직언] 얼마 전 카카오 측이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기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톡 단톡방의 폐해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가 늘자 취해진 조치다. 이 카톡 ‘단톡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활성화 된지 3주만에 200만명이 호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 단체 채팅방에서 조용히 떠날 권리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이 반색한 결과다. 그동안 SNS에서 사생활을 침해 받았던 이들이 문제를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불편했던 족쇄를 푼 것이다. 필자도 이런저런 이유와 관계로 단체 카톡방이 여러 개 있다. 어떤 것은 솔직히 나가고 싶지만 또 나름의 이유로 선뜻 그러지 못하는 불편한 대화방도 있다. 참여자 숫자가 많은 대화방은 수시로 울리는 알람과 부적절한 시간대에 올라오는 소식들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야 한다. 은근히 신경이 거슬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계륵이자 혹이요,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이유로 용감한 실행자 200만명 이외에 아직 이 기능 활용에 망설이는 이들도 주변에 꽤 많다. 단톡방에서 홀연히 나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망설이는 이들이다. 필자 역시 그중 한 명인 셈이다. 단톡방에서 갑자기 자기만 없어진 걸 알면 다른 이들로부터 받게 될지도 모를 따돌림에 대한 걱정과 우려 때문이다. 결국 조금 불편해도 그냥 이대로 그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게 관계를 위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른다. 카카오가 추가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글자그대로 대화방에서 나가는 걸 상대가 모르게 나가는 기능인데도 말이다. 하긴 나갔다가도 또 누군가 억척스런 주선자는 다시 대화방에 초대해 끌어들인다고 하니 이것 또한 완벽한 기능은 아닌 것 같다. 

모름지기 좋은 인간관계란 한 쪽만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방향 소통을 전제로 한다. 시인 방우달은 시 ‘관계의 적정 거리’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고 얘기했다. 그렇다. 인간관계란 무조건 밀착하고 몰입하는 것이 아닌, 때론 적당히 떨어져서 상대를 봐야 그 관계가 더 깊고 풍부해지는 법이다. 단톡방을 보면서 관계를 더 돈독하고자 만들고 사용했던 기능이 득보다 독이 돼는 상황을 사전에 예견하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읽는다. SNS 대화방 나가기는 어쩌면 스마트폰의 슬기로운 활용법이자 그 ‘선언적 실천’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이 획기적으로 빠르게 진화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챗GPT 같은 AI의 도래,  모빌리티, 키오스크 등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발전중이다.

그러나 그 발전의 이면에 원치 않는 불편함을 수반하기도 한다. ‘카톡 단톡방 나가기’는 그런 불편함의 단적인 예일 뿐이다. 여기에 IT 취약층인 노인들과 ‘슬로우어답터’(Slow adapter)나 '레이트어답터'에겐 말 못할 악재요 재앙이다. 가능하다면 모두에게 행복의 도구로 쓰여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문명의 이기(利己)와 과학의 발달이 반드시 우리 삶에 편리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끔은 느리게 보고 걷고 사색하기 등 아날로그적 감성과 삶의 방식이 치유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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