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맛과 색깔이 있는 정치, 정책과 진정성을 재료로 삼아야
[백현빈의 시대관통] 맛과 색깔이 있는 정치, 정책과 진정성을 재료로 삼아야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7.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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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진영대결에 매몰된 우리 정치의 ‘사생결단’식 대립 문제
중도 자임 유권자 ‘합리’나 ‘중도’? 아니면 ‘합리적 무관심’?
선명한 맛과 색깔이 있는 건강한 정치가 필요한 때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얼마 전부터 시사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에서 매주 화·목요일 오후 1시에 고정 프로그램 <백현빈의 정면돌파> 진행을 맡게 되었다. 그간 여러 시사 유튜브는 선명한 노선이나 입장을 가지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과연 평소 비교적 온건한 입장에 서 있던 필자가 그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해다. 필자는 하나하나의 정책 앞에서는 분명하고 선명한 맛과 색깔을 내고자 한다. 정책에 대해서는 선명하게 말하되 상대를 존중함에 있어서는 품격이 있는 정치, 삶의 문제에 관해서는 눈을 감지 않고 분명한 소신을 갖도록 하는 정치를 꿈꾼다. 앞으로 매 시간 다양한 논제와 마주하며 그러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중간’이 성공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았다. 우리는 건국 이래 좌와 우라는 분명한 이념 대립이 있었다. 곧바로 한반도에서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생긴 깊은 상처는 상대를 부정하고 내부에서 결속해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을 안겨주었다. 내 집단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견을 표출하려면 구금이나 고문까지 각오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이견을 말하기 위해서도 그 안에서 다시 소수가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정치의 ‘사생결단’식 대립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어쩔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도 느낀다.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성숙하며 그러한 대립 구도가 과거만큼 절실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중도’는 지금까지는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중도의 유권자를 정치 세력으로 만들거나 행동을 하는 데에 충분히 성공하지 못하였다. 정치학자 뒤베르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와 같은 단순다수대표제 선거 방식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승리하므로 최대한 일대 일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고 그럴수록 중도의 자리는 좁아진다. 매번 쪼개졌던 정당이 큰 선거를 앞두면 단일화를 하는 것도 그런 현실적인 이유에 기인한다고 본다. 특히 중도의 유권자는 아예 정치의 장 밖으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에서 사안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과, 무조건 양쪽 가치관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과, 정치에 아예 무관심한 것은 분명 모두 다르다. 지금까지 중도라고 하는 유권자가 과연 정말 ‘합리’나 ‘중도’인지, 아니면 ‘합리적 무관심’의 입장인지 생각해볼 때이다.

강경한 입장과 온건한 입장의 결집력도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뿌리내린,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욱 내집단 의식을 강화한다. 같은 집단 안에서는 상당한 잘못도 눈감아주는 반면 다른 집단끼리는 티끌만한 잘못이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중립적인 입장은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다. 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는 더 선명한 지지가 있는 양극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것은 정치의 장에 함께하는 시민의 규모(pool)를 계속 줄여가는 데에 일조한다. 정치가 서로 싸움만 하는 것처럼 보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실질적 유권자의 분모가 작아질수록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결집된 양극단이 더욱 절실해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치에도 분명 ‘맛’과 ‘색깔’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으로 간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 민생이라는 몸의 건강이 바뀔 수 있다. 자극적인 구호나 절대적인 이념, 정책 역량과 무관하게 무조건 지지하는 인물이 과연 정치에 가장 좋은 재료일까. 물론 때로는 인공 색소나 감미료가 음식을 더 보기 좋고 맛있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건강에 최선일지는 의문이다. 간이 적은 저염식이나 저당식만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에는 수많은 천연 색소와 조미료가 있다. 정치의 장에서 화학물이 아닌 진짜 식재료, 바로 ‘정책’이다. 이러한 재료는 조리 과정에서 투입되는 종류와 시점, 분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민생의 식탁에 올리는 정책이 선명한 맛과 색깔을 내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일수록 색을 내고 맛을 우려내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고유의 응축된 맛이 음식 전체, 나아가 밥상 전체와 조화를 이루려는 치열한 과정이 있어야 그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고 본다. 정책은 수많은 소통과 타협, 조율의 과정에서 이러한 진정성의 풍미를 더해갈 것이다.

선명한 맛과 색깔이 있는 정치, 동시에 삶의 건강함을 안겨주는 정치를 기대한다. 정치인은 인위적인 퍼포먼스나 눈에 띄는 행동보다는 끊임없는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민생을 위한 더 분명한 색깔과 맛을 내야 한다. 나아가 시민 역시 제대로 차려진 ‘민생의 밥상’을 찾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방송을 통해 필자가 차려나갈 작은 밥상에도 그러한 맛과 색깔이 더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이슈인팩트 ‘백현빈의 시대관통’ 고정칼럼 필진

-서울의 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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