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정부 상태 그리고 각자도생
[데스크칼럼] 무정부 상태 그리고 각자도생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7.2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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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슈인팩트 / 이완재의 촌철직언] 요즘 세간에 ‘무정부 상태’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이 단어가 해시태그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집중호우로 인한 수십여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와중에 지도자의 부재와 엉뚱한 행보를 빗댄 말이다. 일종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위정자들을 향한 질책이자 국민의 자조적 풍자로 들린다.

자국의 국민이 500mm가 넘는 물 폭탄으로 죽어가고 수 백 명의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은 대형재난 상황을 접하고도 일정을 늘리고 귀국하지 않은 대통령을 국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차피 나게 된 자연재해에 급히 서울로 돌아가 봤자 상황이 바뀔게 없을 것”이라는 변명도 해명도 아닌 군색한 항변에 국민은 또 한 번 경악한다. 이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와 대통령실에서 나올법한 발상인가. 이태원 참사 당시 무능했던 정부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불과 몇 개월 전 해외 순방중 폭우로 고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리에 만사 제쳐놓고 귀국한 이탈리아의 수상과 너무도 비교된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은 해외 순방중에 명품숍 방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귀국해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시원한 해명도 납득할만한 이유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순방 전 자신의 일가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로 나라를 들쑤셔놓은 국면이다. 그런 상황에서 편안하게 명품숍 나들이가 가능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뒤늦은 귀국으로 수해가 난 지역을 돌아보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시큰둥했다. 대통령으로서 권위가 상당히 추락한 상황에 의례적인 현장 방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이번 수해상황에 대통령이 부재했다는 사실에 국민은 공분한다. 국가가 재난에 처했을 때 제일 먼저 국민의 곁에 있어야할 대통령으로서는 타이밍도 애민정신도 다 찾아볼 수 없었다. 나라 도처에서 “이게 나라인가?”라는 원성이 쏟아진다.

취임 1년간 유난히 해외순방이 잦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도 곱지 않다. 해외순방만 갔다하면 터져나오는 김건희 여사와 얽힌 각종 크고작은 논란도 피로감이 높다. 그 논란은 여지없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로 부르며 국가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는다고 하나 실상은 연일 국가경제는 추락중이다. 얼마 전 세계경제규모 통계에서 대한민국은 진보 정권도 지켜오던 세계 10위 자리를 내주고 13위로 추락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가계부채가 주요국가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정치는 정치대로 뒤죽박죽이고 경제마저도 죽을 쑤는 형국이다.

툭 하면 전 정권 탓에 진영공방에 국민들을 네 편 내편 가르는 일만 일삼는 이 정권이다. 집권 이후 뭐 하나라도 잘한 게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이재명 민주당 야당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에서 최근 SNS 상에서 유행 중인 해시태그 ‘무정부상태’를 거론하며 “민심의 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겸허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며 정부·여당의 성찰을 촉구했다.

국민과 함께라는 ‘공감능력’이 유난히 인색한 이번 대통령과 정부다. 다수의 국민이 왜 현 정권을 보며 무정부 상태와 각자도생을 꿈 꾸고 주문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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