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대통령의 ‘비전’과 ‘디테일’이 그립다
[백현빈의 시대관통] 대통령의 ‘비전’과 ‘디테일’이 그립다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7.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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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식 리더십 저돌적일뿐 디테일도 미래제시도 부족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무언가 ‘분노’가 담겨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에 방문하여 ‘생즉사 사즉생’과 같은 결기 어린 표현을 할 때에도, 홍수 피해에 대해 갑자기 ‘보조금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는 식으로 언급할 때에도, 다소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종종 던진다. 그의 분노에서 미래보다는 과거가 먼저 보인다. 이를 단순히 퇴행적이라고 비판하기보다는 하나의 리더십 유형으로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005년 그의 논문 「대통령리더십과 국정운영스타일의 심리학적 상관관계 : 한국 역대 대통령의 비교분석」(한국정책연구 제5권 1호, 113-139쪽)에서 ‘플러스(+)’형 리더십과 ‘마이너스(-)’형 리더십을 구분한다. 이에 따르면 플러스형 리더십은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유형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을 돌파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마이너스형 리더십은 분석적이고 내향적인 유형으로 현안을 분석하고 세심하게 살펴보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은 마이너스형으로,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플러스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그 특유의 호방한 스타일로 보았을 땐 플러스형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형에 더 가까워보인다. 대체로 회고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 직무상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발생한 사건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사법부의 스타일로 정책 현안을 보았을 것으로 본다. 촛불집회와 같은 특수한 상황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정상적인 주기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1년이 지나도록 문재인 정부를 거의 ‘적폐’에 가깝게 계속 회고하고 파고드는 것은 이런 성향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리더십 특성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제는 마이너스형 리더십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플러스형 리더십은 적극적이지만 간혹 저돌적이어서 실수가 생기기도 하는 데에 비해 마이너스형 리더십은 소극적이긴 해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하고 세심히 살피는 이점도 있다. 바로 ‘윤석열 리더십’에서는 이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리더십도 마이너스형에 가까웠던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데에는 다소 약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시민이 사회 각 분야에서 체감하는 단계까지 미치지 못했고, 국가균형발전은 상당히 막중한 과제였음에도 충분한 관심을 갖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는 ‘K-방역’이라고 전 세계가 인정할 만큼 적실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과감하면서 공격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당면한 과제는 치밀하고 세심하게 살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나 이번 홍수 등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외교 역시 한·미 관계의 전환적 강화를 통해 국익을 증진하기보다는 자칫 균형이 깨질 수도 있는 위험한 언행을 하였다. 과연 우크라이나에 가서 굳이 ‘생즉사 사즉생’을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미국에서의 ‘바이든’과 ‘날리면’ 일화 역시 외교의 과정에서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놓치면서 생긴 실수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윤석열 리더십은 ‘센 척’ 내지는 ‘호방한 척’을 빼고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듯하다.

두꺼운 콘크리트를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윤석열 리더십’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까. 리더십, 즉 무언가를 이끄는 힘은 어떻든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 설령 마이너스형 리더십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분석의 끝에는 한 걸음이라도 전진하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청산하고자 하는 보조금 카르텔의 끝에는 그 재원을 더 많은 국민에게 지원하고 재투자하고자 하는 작은 대안이라도 있을 것인가. 또한 윤 대통령이 기존의 균형 외교를 비판하며 살피는 그 끝에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우리 안보와 경제에 실질적인 이익을 더 높이기 위한 전략이 충분히 있는가. 미·일 외에 세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국익 증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향방에 국민이 주목해볼 때이다.

필자는 플러스형 리더십의 ‘비전’과 마이너스형 리더십의 ‘디테일’을 우리의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 위기를 지나 새로운 사회상을, 그리고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는 ‘비전’도 분명히 필요한 때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의 ‘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이나 노무현 정부의 ‘비전2030’과 같은 국가 비전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가는 지표로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리더의 비전과 디테일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이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이슈인팩트 ‘백현빈의 시대관통’ 고정칼럼 필진

-서울의 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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