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희룡의 번복 ‘국정의 희화화’
[데스크칼럼] 원희룡의 번복 ‘국정의 희화화’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7.3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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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슈인팩트/이완재의 촌철직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논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사 재개 의사를 밝혔다. 원 장관 스스로 사업 중단을 의미하는 백지화를 선언한지 24일만의 번복이다.

2조원 대에 달하는 국책사업의 주무 장관이 정치적인 이유로 돌연 백지화를 선언하더니 사업 중단으로 양평 현지 군민들의 원성과 곱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자 슬그머니 말을 바꾸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나 야당에 이렇다 할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사업 백지화 선언 당시 대통령과의 상의도 없이 혼자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는 무소불위 장관의 무책임한 행보다. 엄밀히 말해 국정의 희화화나 다름없다. 건국 이래 손가락에 꼽힐 막강한 힘을 뽐내는 역대급 국토부 장관이라는 쓴 소리가 무색하지 않다. 현 윤석열 정권 하에서 원 장관은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더불어 할 말 다하면서 과도한 정치행보로 통상 국무위원의 선을 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치인인지 국무위원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짚고 갈 것은 양평-서울 고속도로 논란의 핵심은 사업변경 배경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일가의 특혜 연루 의혹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에 원 장관이 돌연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 논란을 키운 것이다. 대통령 부인을 지키겠다는 것이 백지화를 선언한 한 이유라고 밝힌 바 있는 원 장관. 자신이 무슨 김건희 여사를 지키는 호위무사도 아니고 독불장군형 태도에 민심은 그저 불편하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라 부른다. 원 장관이 이런 복잡한 의혹의 진실을 덮는데 의도치 않게 일조하고 김건희 땅 특검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 장관이 이번 사태를 자신의 존재감을 심는데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자신의 정치적 중량감을 키운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과거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며 왕성한 정치행보를 보여준 원 장관이기에 이 같은 해석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현재 국토교통부장관인 국무위원의 신분임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정치적 행보는 정도가 아니다. 당장 보수 진영 일부 지지층 결집은 이뤄냈을지언정 비호감층 역시 만만치 않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멀리 볼 때 이번 논란의 야기는 향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큰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려면 정치도 야망도 과유불급은 금물이다. 한때 당내 개혁파 소장파로서 옳은 일이라면 쓴 소리도 마다않던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분류되던 원희룡 장관. 대선을 거치며 강경보수파로의 미덥잖은 정치 변신을 거듭 중이다. 특히 이번 양평고속도록 국면에서 자충수를 두고 정치적 곤궁에 처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깝다.

무엇보다 국가적 중책사업을 장관이 멋대로 백지화 한 것은 국정 희화화의 대표사례가 될만하다. 지금이 독재시절도 아니고 반드시 국민적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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