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군 장교 모집난 국가안보 ‘빨간불’
[데스크칼럼] 군 장교 모집난 국가안보 ‘빨간불’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9.0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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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완재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슈인팩트 / 이완재의 촌철직언] 최근 군 장교 지원자가 크게 줄어 유례없는 모집난을 겪고 있다. 육군은 학군사관(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치인 1.6대 1에 그쳐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섰다. 전국 대학 학군단이 속속 문을 닫고 지역 거점대학으로 통합되는 등 비상상황이다.

ROTC뿐 아니라 육사, 해사, 공사, 3사관학교 등도 예외없이 지원자가 줄거나 중도 이탈자가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군 장교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급격히 시들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위기의 배경으로 초급간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학군후보생의 예를 들면 기존 복무기간이나 급여는 그대로인 반면 사병으로 불리는 병사들에 대한 복무기간은 줄고 급여도 크게 늘어났다. MZ세대인 요즘 대학생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군 장교 보다는 사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일찍 사회로 복귀하겠다는 심리가 우선으로 작용할만하다.

군 장교는 우리 군 지휘체계의 허리이자 핵심 자원이다. 국가 전란이나 위기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호국의 간성이다. 국방정책에 있어서 그들의 초기 지원책, 입영부터 육성까지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하는 이유다. 초급간부인 소위 임관자가 줄어들면 약 50만 명에 달하는 우리 군의 존립에도 큰 구멍이 날 것이다.

최근 한반도 남북 대치 국면에 가뜩이나 북한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거듭되는 등 전에없이 안보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도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군 간부에 대한 예산 지원법은 축소되고 무시됐다. 현 정권의 초급간부에 대한 지원정책 역시 느슨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권은 진영싸움에 혈안이 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라는 엉뚱한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해병대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 처리 과정의 의혹으로 파장을 낳고 해병대와 군 기강을 흔들고 있다. 군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좌충우돌하는 현 정부가 새로운 국방혁신의 비전과 정책능력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여 군 입대를 앞둔 청년과 장교 지원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군은 유사시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로서 존재하는 특수집단이다. 장교에 뜻을 품은 이라면 특별히 군에 대한 개념이나 국가관만큼은 선행학습으로 정리 돼 있어야 한다. 필자가 30여년 전 전방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IMF라는 경제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대학생들의 군 장교 지원율은 매우 높아 인기가 많았다. 어려워진 환경의 사회를 벗어나 군에 지원해 일종의 도피처로 삼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사회현상이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가 우려 돼 전방 정훈장교였던 필자는 국방일보에 <군은 IMF의 도피처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군 장교를 소명의식이나 사명감 없이 일반적인 직업의 하나로 접근한 안일한 그들을 향해 일갈하는 내용을 담았다. 글은 사단장을 비롯해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조직보다 외경(畏敬)시해야 할 군을 단순한 생활의 도피처로 삼는 일은 금물이다. 시대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그 인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야 한다.

지금 군이 간부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분명 국가적으로도 큰 위기이자 비상이다. 정부는 국방정책 중 인재영입에 힘을 쏟아 흔들림 없는 국방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흉상 이전 같은 엉뚱한데 한 눈 팔지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군 장교 모집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수립과 실천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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