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균형발전 정면돌파 - ‘수도권 서울 편입’을 넘어
[백현빈의 시대관통] 균형발전 정면돌파 - ‘수도권 서울 편입’을 넘어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11.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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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발 서울메가시티 이슈...지방소멸 고착.균형발전 역행하는 포퓰리즘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유난히 고통스러운 때이다. 국민의힘에서 김포시를 비롯해 서울특별시에 인접한 경기도 도시들은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언급하였다. 정치에서 ‘정책’이 이렇게까지 손쉽게 인식되고 형성되는지 회의감이 든다. 이 정책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논란 자체가 서울 중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음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더 악화될 것 같은 지방소멸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소멸을 우려하고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긴 시간 역설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허탈한 요즘이다.

한 도시의 위상을 바꾸고 지역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이렇게 쉽게 거론된다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정책’의 위상이 그만큼 낮음을 방증한다. 어떤 정책이든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정책 제안자와 정책 결정자의 입장에서는 늘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집권여당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책결정 선에서 이렇게 큰 문제를 섣불리 던지는 것은 과연 충분한 숙고와 숙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의 현장에서 정책보다 정치공학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을 들을 때마다 씁쓸했는데, 총선을 앞둔 여당의 이러한 태도는 그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정책이 가벼이 여겨지는 정치문화는 여야 누구 하나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책의 문제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지는지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최근 ‘김은경 혁신안’에 정책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 지방소멸 등 의제에 대응할 미래대표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과연 이에 대한 실천에는 얼마나 진전이 있는가.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고 민생은 또다시 상처를 받을 것이다.

수도권 도시 서울 편입 논리의 기저에는 ‘서울화’ 되어야 안심하는 사회 분위기가 담겨 있다. 서울로 들어가면 ‘상급지’가 되는 것인가. 물론 이 말이 맞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상당수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하고, 청년이 되어서도 서울에 있는 직장에 입사하고자 한다. 문화생활의 다양성도 서울이 더 큰 편이다. 심지어 어르신들도 여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찾아 서울로 ‘병원 원정’을 가는 현실이다. 이렇게 사람과 재원이 몰리는 서울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교육, 일자리, 부동산, 복지 등의 문제가 이처럼 모두 서울 집중에서 기인한다. 서울로 가야, 서울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사회 전반의 불안과 불행을 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있게 돌아볼 때이다.

문제는 지방소멸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서울과 중앙에 집중되는 상황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지방과 지역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 격차를 줄여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다만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먼저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보인다. ‘우리가 어떻게 서울을 따라가’, ‘이 정도면 되었지’라는 생각을 지역의 정책결정자나 주민 리더들이 가지는 순간, 청년과 시민이 지역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아예 지역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불리한 여건이 주민을 위축시키고 위축된 주민이 다시 지역에서 도전하지 않는 악순환은 ‘구조화하는 구조’가 되어,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하는 소위 ‘하비투스(habitus)’로 주민의 삶과 마음에 당연한 습관처럼 내면화할 여지가 크다. 지금 그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2006년 겨울, 마을 문제 속에서 지역이 침체되는 위기를 가까이서 절감하며 사회 속으로 나온 지 17년, 현장에서 찾은 한 가지 답이 있다. 균형발전은 절대 하드웨어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인구가 늘고 건물을 번듯하게 지으며 기업이나 공장 자체를 많이 유치했다고 곧바로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사람의 생각,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혁신해 나가는 데에 있다고 본다. 가능성을 믿는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지역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일류’를 포기하면 ‘꼴찌’가 된다. ‘일류’를 모방하면 ‘이류’가 된다. ‘고유의 일류’를 꿈꿔야 진정한 ‘일류’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수많은 지방과 지역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필자는 오늘도 균형발전을 위한 정면돌파의 꿈을 꾼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이슈인팩트 ‘백현빈의 시대관통’ 고정칼럼 진행

-서울의 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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