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디올백이 부른 윤석열-한동훈 밀월관계 위기
[데스크칼럼] 디올백이 부른 윤석열-한동훈 밀월관계 위기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4.01.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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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이완재의 촌철직언] 오는 4월 총선 80여일을 앞둔 시점에 여권 내 빅뉴스 하나가 터졌다. 바로 살아있는 현존 권력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내 미래권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면충돌 소식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지지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했다. 한 위원장은 즉각 언론에 입장문을 내 이를 일축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정도면 두 사람간 정치적인 관계는 진작에 물 건너갔고 수 십년간 쌓아온 인간관계마저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밀월관계의 파경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카오스, 빅뱅 대혼란의 격랑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윤석열-한동훈의 관계는 세간에 아주 특별한 검사 선후배 사이이자 막역지우로 알려져 있다. 세상이 다 한동훈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의 페르소나, 아바타(분신), 복심으로 부르며 최 측근 중의 측근으로 통했다. 그만큼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각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는 비정하고 냉혹하다. 수직적인 명령체계의 검사 선후배 관계와 달리 정치권은 더 복잡하고 가변적인 세계임이 두 사람을 통해 확인된다.

이번 사태는 어제의 아군이 정치적인 셈법 앞에서는 내일의 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두고두고 회자 될 것이다. 언론에서 분석하는 두 사람의 관계 훼손, 엄밀히 말해 윤 대통령의 한동훈 손절의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한 위원장이 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의욕적인 활동중에 총선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비대위원을 인천 계양 을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을 전략공천하는듯한 모습에 윤 대통령이 거부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른바 낙하산 공천 논란이다. 공정한 공천을 지휘하라고 추대형식으로 앉힌 한 위원장이 용산의 의중을 겉돈 게 미운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디올백 명품백 수수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다른 상황인식이 파경을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를 감안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윤 대통령의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한 위원장의 이같은 상황인식에 여권 내 상당수 의원들이 총선 승리를 의식해 동조하는 기류가 일기도 했다. 사실상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 한 위원장의 사퇴 요구를 불러온 결정타가 됐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또 한 가지 이번 윤-한 갈등 표출의 이면에 여전히 이용 의원 같은 친윤계 의원들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득세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치권의 전례를 볼 때 이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홍위병들이다. 당정 관계가 여전히 대통령에 의한 상명하복식 비민주적 운영행태임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에 의한 당 사당화로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에 앞서 이준석,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인요한 등 대표 및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갈등 및 압박 끝에 물러나야 했다. 한동훈 위원장의 운명 역시 이같은 전철을 밟을지, 용산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자신의 정치를 펼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법무부장관 재직중에 급하게 당의 구원투수로 차출 돼 당 대표에 앉은 한동훈 위원장이다. 극렬 보수 지지층의 열광적인 지지로 차기 여권 내 대권 1위 후보까지 급부상했다. 그런 한 위원장의 입지가 대통령 부인 명품백 수수건으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지금이 왕조국가도 아니고 당의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이 못마땅하다고 찍어내 퇴출시키는 것이 온당한가이다.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간 파탄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날 숱한 이전투구의 단면이자 신호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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