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졸업과 입학의 추억
[데스크칼럼] 졸업과 입학의 추억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4.02.2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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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진=지난 21일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참고사진=지난 21일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 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슈인팩트 / 이완재의 촌철직언] 2월 하순이다. 각 학교마다 일제히 졸업 시즌이다. 때마침 홍콩 출신 가수 겸 배우 진추하의 노래 그래듀에이션 티어스(Graduation Tears.졸업의 눈물)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졸업이 갖는 애잔한 분위기를 가사에 담고 있어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물리며 환영받는 노래다.

졸업 이후 3월 초는 곧바로 입학식의 시간이다. 입학 시즌이면 기자는 슈만의 피아노곡 트로이메라이(Traumerei.꿈)가 떠오른다. 꿈을 품게 되는 시작점에 선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 교문을 들어설 때, 개학 첫날 첫 수업시간 전 책상에 앉아 이 노래를 듣곤 했다. 사관학교에 입교해 첫날부터 혹독한 제식교육을 받을 때도 이 잔잔한 피아노곡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들었다. 훗날 3성장군이 될 것이라는 야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이 떠오른다. 기자는 당시 일본식 영향을 받은 명칭인 국민학교 졸업자다. 졸업식 날 재학생 대표가 축사를 낭독하면 졸업생 대표는 송사로 답한다. 이때 장내는 울음바다가 되거나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모습이 연출된다.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엄숙함 속에 슬픈 기운이 가득했었다.

대학 졸업과 사관학교 졸업식이 돼서야 정모를 하늘 높이 내던지며 임관의 기쁨과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런 송사나 답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서양의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로 활기찬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던 한국의 졸업 풍경이다.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 누나가 경향식 식당에서 사 주었던 돈가스와 고소한 스프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해마다 이맘때는 시작과 끝, 출발과 완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다. 우리의 국내 학제를 보면 인생에 있어서 거의 큰 차이 없이 4번의 입학과 졸업을 경험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성장기를 겪는 것이다.

3포세대니 5포세대니 시대의 변화로 요즘 청년들에게 입학과 졸업이 갖는 의미는 많은 변화를 겪고 퇴색된 모습이다. 인구의 급감, 인구절벽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 곳곳에서 폐교도 속출하고 있다. 학교가 활기 보다는 무기력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고전적인 의미와 잣대로 졸업과 입학을 바라볼 수 없는 시대라 씁쓸하다. 

불과 몇십 년 전 입학식과 졸업식장 입구부터 줄지어선 꽃다발 파는 상인들로 복작되던 시절. 졸업생과 한복 차림을 한 어머니, 온 가족이 모여 활짝 웃음꽃을 피우며 기념사진을 찍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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