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의 시선] 5월 다양한 기념일을 ‘가족의 날’로 확대하자
[이인권의 시선] 5월 다양한 기념일을 ‘가족의 날’로 확대하자
  • 이슈인팩트
  • 승인 2019.04.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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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어린이날에 치중...시대정신 부합하는 가정의달 돼야
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이슈인팩트 논설주간
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이슈인팩트 논설주간

[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신록이 짙어지는 5월을 ‘계절의 여왕’으로 부른다. 이 아름다운 절기를 가리켜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만물이 약동하는 이 좋은 시기에는 인간이 정해놓은 기념일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그것을 아울러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근로자의 날(5.1),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 날(5.15), 성년의 날(5.21), 부부의 날(5.21) 등등. 한 마디로 기본 공동체 속의 인본 관계를 특정한 날들이다. 풀어보면 가정의 화합과 행복과 건강을 위한 기념일들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같은 취지의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세계 가정의 날(5.15)’이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해당되겠지만 ‘가정의 날’이라 하면 한국에서는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과 부부의 날을 모두 담았다 할 수 있다.

‘세계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건강한 가정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자는 취지로 유엔이 1993년 제정했다.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5월15일을 가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앞서 유엔은 1980년대부터 가정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소에 대해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여나간 것이다.

한국은 2004년 2월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세계 가정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날이 되면 정부는 기념식을 갖고 가족문화 보급이나 가정복지 업무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시상을 한다. 또 관련 단체에서 건강한 가족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발표와 캠페인 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가정의 날이 그저 행사나 이벤트로 치러지는 의례적인 한낱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서는 기억하지만 그날이 세계 가정의 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심지어 어느 달력에도 법정공휴일까지 지정된 세계 가정의 날을 공식적으로 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5월에 다양한 기념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어린이날만 공휴일로 특별히 지정되어 있다. 이 날은 1922년 방정환 선생이 5월 1일 어린이날로 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 5월5일로 정해 어린이날을 기념했다. 그러다 1975년에 법정공휴일로 지정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날을 제정할 당시와 지금의 시대 상황은 천양지간이다. 모든 환경이 바뀐 환경에서 지금처럼 어린이 날만을 여전히 중시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히 말해 현 시대는 일 년 내내 어린이날과 다름없을 정도로 부모들이 자녀들을 과보호로 간수하는 세태다.

지금은 초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풍요와 핵가족화에 따라 자녀들을 금지옥엽으로 애지중지 양육하는 세상이다. 한 가정이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생활이 꾸려지는 여건에서 오히려 부모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 집중이 상대적으로 성인들의 존재감을 희석시키는 풍조도 낳고 있다. 더욱이 건전해야 할 가정의 달이 물질화, 상업화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건강과 행복이 중심가치가 되어야 할 기념일이 소비성이나 유람성으로 흐르고 있다.

이제 가정의 정신문화와 자녀들에 대한 ‘교유’(敎諭)가 더욱 필요해지는 요즘 갈수록 물질주의화 되어가는 양태를 불식시키는 범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 계제에 지금처럼 어린이, 부모, 부부를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족관과 달리 가족의 해체가 빈발하는 사회 현실에서 시대정신에 부합되게 가정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확고히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공휴일을 더해 지금처럼 어린이날에 국한하지 말고 개념을 확장해 ‘가정의 날’이나 ‘가족의 날’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13년 동안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석세스 패러다임> 등 다양한 주제로 14권을 저술했으며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브랜드 인증,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예술경영가로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예술경영 미디어컨설팅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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