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부동산 시장, 불안을 타파하라- [2] ‘입주예정자 협의회’의 제도적 허점을 개선해야
[백현빈의 시대관통] 부동산 시장, 불안을 타파하라- [2] ‘입주예정자 협의회’의 제도적 허점을 개선해야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4.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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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후시공 분양시장 병폐와 허점 상당...하자 중심 점검 입주자 협의회 필요
“사적인 조직이 공동주택의 설계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 제도적으로 불허해야”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필자가 살았던 도시들에서 처음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중요한 계기는 공교롭게도 모두 ‘아파트’, 그 중에서도 신축 아파트의 ‘입주예정자 협의회’를 둘러싼 문제였다.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선분양 후시공 방식이 주류인 우리의 분양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공동주택의 하자를 예방하고 품질을 향상한다는 좋은 취지도 있다. 하지만 그 제도상의 병폐와 허점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입주예정자 협의회 또는 동호회와 같은 조직은 그 대표성과 위상이 모호하다. 기본적으로 한 단지에서 분양가를 지불하고 주택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 모든 세대는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주로 불특정 소수가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주도하는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우선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수분양자가 참여하여 권리를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단지 온라인 공간을 먼저 열고 초기에 이끌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세대의 대표로서 선임되기에는 그 역량도 불분명하다. 창립 정신을 갖고 기초부터 다져가며 노력하는 일반적인 창립자와 이들이 동등하게 인식될 수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아직 실체가 없는 집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만큼 다수가 무관심하고 소수가 의사결정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 ‘오늘’이 바쁜 다수의 수분양자가 충분한 관심을 갖지 못하는 사이, 소수는 ‘내일’의 집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한다. 심지어 입주예정자들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들의 헌신을 ‘칭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역량이 부족하거나 악의를 가진다면 자칫 ‘잘못된 결과를 향한 헌신’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필자도 과거 입주예정자 협의회를 통해 아파트 시공 상의 문제에 대해 온라인에서 질의한 적이 있다. 협의회가 유독 몇 가지 사안에는 소극적이었던 점에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질문에 달린 댓글은 구체적인 설명이나 논박보다는 ‘협의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잘 안 되더라도 협의회를 믿어야 한다’, ‘억울하면 네가 나와라’ 하는 식이 대다수였다. 다수는 관심이 없었고, 소수는 서로를 극렬하게 옹호했다. 과연 이런 과정 속에서 이 조직은 합리적인 활동이 가능할까. 심지어 입주를 앞두고 가구나 가전제품 등의 공동구매, 소유권 등기를 위한 법무사 선정 등에 있어서 이러한 입주예정자 협의회가 ‘복마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하게 들여다 볼 문제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임의적인 설계 변경, 그리고 정보의 불평등이다. 보통 수분양자의 ‘포괄적인’ 위임이 담긴 위임장을 일정 비율 이상 받은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시공사와 협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분양 당시의 건물, 조경 등 공용부에 대한 계획이 크게 변경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이 항상 ‘업그레이드’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시공사 입장에서 입주예정자 협의회에게는 업그레이드라고 말하고 실제로는 다른 항목을 빼는 등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협의회와 시공사 간의 정보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수분양자 간에도 정보 불평등이 발생한다. 똑같이 분양가를 내고 권리를 받은 세대인데 누군가는 내 집의 설계와 시공에 더 많이 접근하여 설계변경을 주도한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그렇게 임의로 바뀐 내 집의 상태를 알기 위해 포괄적인 ‘위임장’이나 회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당연한 권리를 위해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두 번의 신축 단지에서 공교롭게도 똑같이 조경 설계변경의 문제로 이런 병폐를 직접 보았다. 협의회 임원의 집 앞 조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머지 세대 집 앞의 조경을 크게 악화시키거나, 설계변경으로 오히려 경관 조화가 깨졌던 사례를 목도하였다. 모두 서로 간 정보 불평등의 산물이라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하자 점검 중심의 ‘입주예정자 대표회의’를 아예 공식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에서 사업주체 파산 시 시공보증자가 없는 등 주택을 시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영하게 되어 있는 ‘입주예정자 대표회의’를 보편화하되 하자점검 기능에 국한하며 공식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적인 조직이 공동주택의 설계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허하고, 대신 공동주택 분양 당시 공용부의 세부적인 설계나 디자인 등에 대해 수분양자 대상 온라인 사전설문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시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입주 전 공동구매 역시 사업주체를 통한 완전 공개입찰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같은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자신이 구입한 상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건전한 부동산 시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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