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부동산 시장, 불안을 타파하라-[3] ‘3분 입지론’에 맞서는 ‘3박자 거버넌스’ 필요해
[백현빈의 시대관통] 부동산 시장, 불안을 타파하라-[3] ‘3분 입지론’에 맞서는 ‘3박자 거버넌스’ 필요해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5.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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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live) 위한 집이 아닌 사기(buy) 위한 집이 된 세태...정주 할 수 있는 주거환경 대안 필요
지역주민-입주자 대표회의.지역사회 단체-공인중개사가 함께하는 지역 발전 거버넌스 시급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보면 유달리 ‘평가자’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아파트가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도 수많은 답변이 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도 적지 않게 보인다. 어떤 곳은 하급지라거나 어떤 단지는 후지다는 식의 답변을 볼 때면, 과연 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부동산 투자 상담 방송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종종 보인다. 3분 내외로 진행되는 이 상담들은 대체로 지도 위에 특정 단지를 펼쳐 놓고 ‘보유 또는 매도’ 여부를 말하며 그 이유를 주로 ‘서울이나 대도시와의 접근성’이나 ‘교통’에서 찾는다. 이것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충분한 것일까.

‘살기(live) 위한 집이 아니라 사기(buy) 위한 집이 되었다’는 규범적인 비판만 하기 보다는 실제로 ‘정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바로 이러한 정주 여건이야말로 지역의 진정한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이 변화해 나갈 필요도 있다. 시장경제에서 투자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투자의 근거가 일시적인 시장심리나 단편적인 평가보다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민의 입장에서 ‘집값 적당히 오르면 떠나자’ 라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시장심리가 적당히 일어나서 시세가 오르고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실제 상품으로서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오래도록 작동해 온 서구 부동산 시장은 이미 부동산 자체의 사용 가치를 높여서 교환 가치까지 향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학습해 온 우리의 부동산 시장도 향후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안정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세에서는 ‘단타 매매’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주민이 이러한 인식을 갖게 하는 데에는 입주자 대표회의나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가 하는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보다 많은 제도적 보완장치가 생겼지만 그래도 입주자 대표회의가 단지 내 공사·유지관리 관련 업체 선정이나 연차별 하자보수 과정에서 비위를 행할 가능성이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적어도 주민의 대표로 선출되었다면, 시각을 좀 더 멀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당장 한 달에 몇 십만 원 사익을 위해 단지의 관리 상태를 악화시키면 결국 사용가치가 떨어져 얻게 되는 손실은 몇 천만 원 단위일 수 있다. 코앞의 현금보다는 차라리 부동산의 상품가치를 높여 더 큰 부가가치를 얻는 것이 낫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에서 입주자 대표회의만큼의 영향력이 있지는 않지만 지역 사회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 20여 년 간 마을공동체나 주민자치의 가치가 부각되며 대체로 ‘돈’보다는 ‘사람’ 중심의 시각을 강조해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구성원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이상만을 이야기하면 실제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 활동이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 문화와 같은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인중개사의 역할도 분명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 왔다면, 이제는 상상력이 있는 디벨로퍼(developer)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시장에서, 주민은 공인중개사가 주민이 바라보는 지역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고 보는 반면 공인중개사는 주민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고 보는 ‘시각차’가 생겨 양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공인중개사도 일종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이자 특히 지역 안에서 사업을 하는 주체로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전문가로서 지역 주민이 놓친 지역발전 가능성을 최대한 발굴하고 지역사회가 더 나은 미래상을 그리게 만드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본다. 아직도 흔하지는 않지만, 기존 기업이 이전한 낙후 지역이나 재생이 필요한 지역 등에서 개발 사업을 주도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디벨로퍼들이 있다. 시선을 바꾸면 공인중개사도 충분히 이들처럼 할 수 있다.

‘시민’에 해당하는 지역주민, ‘공공’에 해당하는 입주자 대표회의나 지역사회 단체, ‘시장(사업체)’에 해당하는 공인중개사가 모두 함께하는 지역발전 거버넌스를 그려본다. 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지표와 기준이 교환가치에서 사용가치로 확장되고 다원화되기를 기대한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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