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관종 정치, 백해무익 허업(虛業)의 정치
[백현빈의 시대관통] 관종 정치, 백해무익 허업(虛業)의 정치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5.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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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관종(신조어-관심종자 : 관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사람)’의 시대라고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바일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더 강렬한 제목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전면에 뜨기도 하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한다. 클릭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고 그마저도 쉽게 끄고 이동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정말 ‘튀어야’만 될 것 같아 보인다.

‘정치’도 이처럼 ‘관종’이어야 하는 것일까.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주로 접하던 정치와 달리 오늘날의 정치는 주로 모바일과 같은 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접촉한다. 그만큼 정치인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국민의 관심을 갖고자 강렬한 메시지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정치를 마치 연예계 엔터테인먼트를 보듯이 인식하는 면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관종의 정치’는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것일까. 故 김종필 총재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책이 아닌 이미지로만 눈에 띄고자 하는 정치야말로 내용물이 없는 ‘허업’이 아닐까. 정치인은 열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열매는 국민이 가져가야 하는 만큼 정치인에게 정치는 허업이라고 말한, 김종필 총재의 깊은 뜻을 들여다보면 ‘관종의 정치’는 정책이라는 열매가 만들어지지 않는 완전한 허업이 된다.

궁극적으로 관종의 정치를 펴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충분한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국민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 국민과 민생을 취사선택(取捨選擇)할 가능성이 높다. 심도 깊은 정책이나 절박한 민생 현안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이 주목받는 정치에 혈안이 된 정치인은 이렇듯 절실한 정책현안에 대한 질문들에 충분한 답을 제시하기 힘들다.

관종의 정치는 정치인 개인만의 탓이 아닌 정치 시스템의 문제로도 보인다. 애초부터 튀지 않으면 발탁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우리 정당의 인재선발 구조 자체가 과거의 신분제 사회와 비슷한 면도 보인다. 제도정치 안에서 그 논리를 답습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과거의 ‘귀족’ 계급을 연상케 한다. 자극적인 이력과 활동으로 주목을 받으며 부상하는 정치인은 봉건 사회에서 재력으로 부상하는 ‘자본가’ 계급과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 누가 지배층이 되든 삶이 특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수의 ‘평민’이 있다. 애초부터 이들에게는 기회가 열리기 쉽지 않다. 그 옛날 평민이 귀속지위인 귀족이 될 수 없어 자본을 축적해 성취지위인 자본가라도 되려고 했듯이, 평범한 시민 중에 대중의 눈에 띄는 것에 집중하여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민 중심의 온전한 상향식 공천이 힘든 상황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관종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는 시민사회와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 정해진 콘텐츠로 채워져 인쇄되는 신문이나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송과 달리 뉴 미디어는 콘텐츠와 시청 시간이 모두 유동적이다. 유연성 측면에서는 좋지만 그만큼 대중의 시선을 단시간에 붙잡고자 더 강렬해질 여지가 크다.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도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음식은 건강을 위해 자극적이지 않게 먹으려고 식단 관리까지 하면서, 막상 우리의 사고를 좌우하는 미디어는 최대한 짜고 맵고 달며 기름지게 섭취하는 모양새이다. 먹고 살기 힘든데 어떻게 일일이 사회문제를 숙의하며 보겠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힘든 현실에 대한 대안이 그렇게 간단하게 나올 수 있겠는가.

‘관심종자’가 아닌 ‘국민의 관심’을 읽어내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 스스로 미디어를 읽어내고 숙고하며 이해하는 ‘미디어 문해력(media literacy)’을 키워야 한다. 정치인의 메시지가 단지 돋보이기 위한 말인지 아니면 민생에 대한 고찰과 숙의를 통해 도출된 정책인지를 구별하는 역량이 바로 여기서 좌우된다. 독특한 발언과 행동으로 미디어에서 부각되는 정치인에게, 시민이 구체적인 정책을 묻고 그 답을 들으며 정치인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도 일상에서 정책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도 분명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률과 예산을 좌우하는 주체로서 얼마나 실제로 깊이 있고 힘이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는가에 있다고 본다. 국민에 대한 관심이 아닌 본인에 대한 관심만 중요한 정치인은 이제 우리 시민과 정치 문화가 스스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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