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재명의 단식(斷食)이 남긴 것
[데스크칼럼] 이재명의 단식(斷食)이 남긴 것
  • 이완재 기자
  • 승인 2023.09.1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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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팩트 / 이완재의 촌철직언] 단식(斷食)은 글자 그대로 먹는 것을 끊는 것, 곡기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제1야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다 19일만에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통상 의학적으로 단식은 8일 정도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더 이상의 무리한 단식을 금하고 있다.

그 배에 가까운 기간을 물만 마시고 버텨온 이 대표로서는 분명 초인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 생명을 담보로 사투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의도는 여권의 지도부와 대통령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조롱당했다. 정치쇼와 관종정치,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폄하됐다.

단식 이후 나날이 피골이 상접해가는 야당 대표를 보고 집권여당 대표나 대통령실 누구도 위문방문이나 동정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정적인 상대당 대표의 치기나 불량한 의도로 치부하기에 급급했다. 생명을 건 엄숙한 행위가 이토록 희화화(戱畵化) 된 적도 없었다. 단식이 길어지자 겨우 막판에서야 민심을 의식하고 뒤늦게 김기현 대표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SNS로 표시한 정도다. 그나마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심의 동향을 살피다 정부와 집권여당에 역풍이 불까 마지못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

정치가 어쩌다 이토록 몰인정하고 비정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참 얄궂은 정치판이다. 서로 죽이고 안봐야 할 정도의 숙적도 죽음을 각오한 단식 앞에서는 인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도리이고 예의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권과 집권여당의 태도는 참으로 막장에 가까운 비매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유불문하고 곡기를 끊고 생사의 고비를 걷는 정치권 동료에게 이토록 모진 푸대접을 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일찍이 본 일이 없기에 그 비정함은 더 커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배경에는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현 정권에 대한 투쟁의 의미가 컸다. 그것을 국민을 대신해 한 것이다. 정권이 부리는 비정상화의 폭주를 막고 정상화를 촉구한 야당 대표의 투쟁은 안타깝게도 귀 막고 눈 막은 그들에게는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위한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진영논리에 따라 이 대표의 단식은 철저하게 자기 식대로 해석되고 있다. 전 국민적 지지를 얻지못한 단식은 그래서 그 효과가 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최근 윤 정권 들어 철 지난 이념정치, 공안정치, 극심한 진영논리로 점철된 대결정국이 한창이다. 하수상한 시대상에 단식의 의미마저 퇴색되고 평가절하 돼 씁쓸하다. 정치권에서 극단적인 단식투쟁은 또다시 재현되어서도 안되겠지만, 설령 부득불 동일한 행위가 반복된다 해도 지금 같은 막장 대결구도의 정치판이라면 그 파급력도 상징성도 온전히 보장받기 힘들 것이다. 이제 정치권의 단식정치도 슬슬 종언을 고해야할 시점인가 보다.

지금 같아서는 여당도 야당도 헛짓거리만 일삼는 잉여집단에 불과하니 진정 단식을 하고싶은 쪽은 이들 정치집단에 지친 국민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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