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빈의 시대관통]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래를 ‘바겐 세일’ 할 수는 없다
[백현빈의 시대관통]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래를 ‘바겐 세일’ 할 수는 없다
  • 이슈인팩트
  • 승인 2023.06.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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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
백현빈 마을의인문학 대표/본보 고정 필진

 

[이슈인팩트 칼럼/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사회적 할인율’ 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가 어떤 대안을 선택할 때 현재의 편익 못지않게 미래의 편익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이 당장 현재 시점에서는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한 개념이다. 즉, 현재의 시점에서 본 미래 가치는 현실적으로 ‘할인’을 적용해서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환경에 관해서도 이러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래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오히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미래의 편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를 더 중요시하고 미래에 대한 ‘할인’을 더 크게 할수록, 즉 ‘사회적 할인율’을 높게 잡을수록 미래의 편익은 적게 계산된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민사회와 야권 등에서는 이 오염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집회 및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염된 물로 인해 식수와 해산물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물과 먹거리가 위험해지고 해산물의 소비가 위축되어 어민 등 생산자의 생계도 불안해진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로 세계 역사 속에서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체르노빌, 히로시마, 후쿠시마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했다. 지금 분명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현 정부의 입장에서 한미일 외교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일본에게 관용적인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외교상 편익이 미래의 해양 환경이나 먹거리 안전, 어업의 안정보다 더 클지에 대해서는 더욱 깊은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오염수로 인한 식수와 식품의 위험성은 우리 사회의 미래 그리고 약자들의 삶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오염수의 방류로 인해 해양 생태계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파급을 생각해야 한다. 설령 이것이 내일 당장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식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은 분명 낮지 않다. 물론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물과 음식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깨끗한 물과 음식을 구입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점차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사와 인터뷰하며 언급했던 것처럼,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하는 건가. 미래와 약자의 문제는 당장 오늘을 사는 다수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분명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시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과 같은 환경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원론적인 공감 이상의 행동을 하기 어려운 점에도 한 번 주목해 보아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생태 보존, 원전 폐기,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 관련 담론들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오갔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의식들이 실제로 시민의 일상에서 그만큼 ‘절박하게’ 체감되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숙제이기도 하다. 환경을 지켜야 하는 당위를 주장하고 생태에 관한 담론을 펼치는 것을 넘어 이것이 우리 하루하루의 밥상과 일상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선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강조되고 있으나 여기서 주로 환경(E) 부분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환경과 사회(S)와의 관계, 사회 여러 주체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협치(G)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오염수 문제를 시민의 식탁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실질적인 시민의 공감과 행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진중하게 우리 곁으로 걸어온다. 지금의 선택이 초래할 환경오염에 대해, 그리고 우리 밥상의 앞날에 대해, 미래의 일이라고 너무 높은 사회적 할인율을 적용해버리지 말아야 한다. 방사능의 위험성, 오염수 방출의 불안정성, 식수와 수산물의 취약성, 안전한 물과 식품의 불평등한 접근성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더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이를 설득하는 시민사회 역시 다수 일반 시민에게 좀 더 높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우리 식탁의 변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가 절실하게 느껴진다면 행동은 조금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함께 미래의 시선으로 볼 때이다.

 

<백현빈의 시대 관통>은 청년 문화기획자이자 동탄의 젊은 정치인 백현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는 이야기이자 이슈 톺아보기 입니다. 지역의 이웃과 함께 소통하는 공감의 장(場)입니다. 날선 지성으로 깨어있는 청년 백현빈만의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숨결을 독자와 함께 합니다.

▶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시 청년정책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노동자권리보호위원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청년명예국회의원(기재위 부위원장) 역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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